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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수업’에 열광할까[MK무비]
입력 2020-05-17 08:01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다루든, 뭐라 말하든 감흥이 별로 없을 테다. 하지만 나의 일이 된다면 말은 달라진다. 하나하나가 신경이 쓰이고 예민해진다. 게다가 그것이 차마 확인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불편한 진실이라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더 이상은 방관할 수 없는, 아니 그래서는 안 될 우리 사회의 ‘고름을 고통스럽지만 제대로 짜낸다.
드라마는 평범해 보이는 10대 고등학생들이 성매매를 알선하는 등 극악한 범죄를 죄의식 없이 저지른 뒤 결국엔 혹독한 대가를 치루는 내용을 다룬다. 지상파는 물론 국내 방송에서는 결코 ‘제대로 다룰 수도 없었을 수위와 전개로 공개 동시에 단연 ‘문제작으로 떠올랐다.
앞서 넷플릭스의 성공적인 ‘K-콘텐츠로 각광받은 좀비 오락물인 ‘킹덤, 최우식 이제훈 안재홍 등 대세 스타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를 모은 추적물 ‘사냥의 시간과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 사실 청춘 신예들이 주요 라인업을 채우고, 다소 불편하고도 무거운 소재, 상대적으로 가벼운 홍보에 큰 기대를 받지 못했지만 연일 국내외에서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한국 인기 콘텐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힘은 단연 근본에서 나온다. 장르와 기획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파격적인 소재와 리얼하고도 냉철한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한 가지 목표, 바로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향해 치열하지만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달려가기 때문이다. 기존의 어떤 ‘10대 학원물에서도 볼 수 없었던 깊이와 문제의식, 과감함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낸 것.
평범한 고교 2학년생인 주인공 지수는 학원을 다니면서 SKY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필요한 돈 9000만 원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주선한다. 1등급 우등생인 그는 자신이 벌이는 일을 ‘포주가 아닌 ‘경호업이라고 믿으며 합리화 하지만 이 비밀을 동급생인 또 다른 우등생 규리에게 발각되면서 위기를 맞는다. 하지 말아야 할 선택을 해 결국 파멸로 치닫는 이야기다.
작품은 이 불편한 이야기를 우리가 반드시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할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관심을 끌기 위한 파격이라기 보단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까발리는 ‘팩폭이다.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잔혹한 청소년 범죄를 직접 목격한 작가가 ‘죄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다 용기 있게 내민 손과도 같다.
여기에 주인공 오지수 역의 김동희를 비롯해 대담하게 범죄에 동조하는 백규리 역의 박주현,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비용 마련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서민희 역의 정다빈, 그의 남자친구 곽기태 역의 남윤수까지, 모두가 탁월한 연기력을 뽐낸다. 배우들 모두가 힘들었지만, 조금도 이해할 수 없음에도 확실한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완주할 수 있었다. 현재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문제이기에 조금이라도 그 현실을 알리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입장에서 청소년은 청소년의 입장에서 다시금 문제의식을 가지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입을 모았듯 그 진정성이 제대로 시너지를 냈다.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그 제작환경과 막대한 자본, 관대한 수위 등도 윤활제가 됐다.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처음 진한새 작가의 대본을 봤을 때 느낀 건, 성범죄가 절대로 미화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왜곡된 시선을 부여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성매매 관련 논문들, 책, 그리고 기사 등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판단 기준을 세우려 했고, 형사 사건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조사가 진행되는지 찾아봤다. 이 외에도 틀린 정보를 전달치 않으려 계속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을 통해 성범죄가 사회적으로 만연하게 퍼져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김 감독은 내가 생각하고 있던 것보다 범죄의 범위가 더 넓고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미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더라”라며 번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이 ‘돌아서거나, 멈출 수 있는 순간이 있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다. 신호등이 켜진 순간, 이를 무시하고 건너거나, 모른 채 건너다고 사고를 당하기 마련인데, 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잡고 싶었다. 그 아이들의 진짜 잘못이 무엇인지, 왜 잘 못됐는지에 중점을 맞추고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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