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종합] "방 뺀다" 건물주 꺾은 면세점…공항 "임대료 추가 지원"
입력 2020-05-15 17:14  | 수정 2020-05-22 17:37
(왼쪽부터)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사진 제공=각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면세업계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동안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던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추가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다만 임대료 감면이 어느정도로 확대될지 결정되기 전까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 한 발 물러선 인천공항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5일 인천공항에 입점한 대기업 면세점 3사 대표단과 간담회를 열고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과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인천공항공사 측은 임대료 감면 확대 등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다. 공사 측은 "정부와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조속한 시일 내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는 40분만에 종료됐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업계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는 자리였다"며 "추가 감면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동안 인천공항공사와 면세업계는 임대료를 두고 갈등을 벌여왔다. 지난 3월 정부가 중소기업에 한해서만 공항 임대료를 깎아주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면세업계 반발이 이어지자 공사 측은 지난달 대기업 면세점의 임대료도 6개월간 20%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사 측이 대신 예정됐던 내년 9% 할인 포기를 단서로 달면서 갈등이 극에 달한 상태였다.

인천공항공사가 입장을 선회한 요인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 번째는 면세업계의 초강수다. 롯데와 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제4기 면세 사업권 입찰을 최종 포기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 임대료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두 업체가 포기한 구역의 월 임대료만 1335억원에 달한다. 연 임대수익의 60%(1조원)를 차지하는 대기업 면세점이 빠져나갈 시 공사의 손해는 막심하다.
두 번째는 정부의 지원이다. 정부는 내년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한 입점 업체에 임대료 인하 등 지원책을 마련한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그동안 임대료 감면에 따른 손해를 우려했던 인천공항공사에 명분을 마련해준 셈이다. 실제 인천공항공사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임대료 10%를 감면했다는 이유로 강도 높은 감사를 받은 바 있다.
◆ 면세점, 얼마나 어렵나
면세업계가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감면을 요구하게 된 배경은 실적 악화다. 코로나19 사태로 면세업계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다. 호텔신라는 1분기 신라면세점에서만 영업손실 490억원을 내 20년 만에 적자를 냈다. 신세계면세점도 1분기 324억원의 영업손실이 났다. 롯데면세점은 간신히 적자를 면했으나 1분기 영업익이 4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96% 급감했다.
적자 이유는 임대료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1분기 롯데와 신라, 신세계면세점의 매출은 30~40% 감소에 그쳤다. 중국 대리구매상(보따리상) 수요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이 매월 인천공항공사에 내야하는 임대료만 각각 200~360억원에 달해 적자가 불가피했다. 실제 공항점이 없는 현대백화점면세점의 경우 1분기 영업손실 폭은 오히려 42억원이나 줄었다.
문제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다. 면세업계는 인천공항공사 측에 ▲임대료 감면폭 확대 ▲매출 연동형제 도입 ▲내년 9% 할인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3월 공항 면세점 매출은 9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월을 포함할 시 매출 감소율은 40%로 줄어든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제시할 임대료 감면 폭의 범위가 40~90%로 광범위해진 것이다. 면세업계가 구체적인 지원방안이 나올 때까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이밖에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포국제공항 임대료 갈등도 수면위로 떠오를 수 있다. 현재 김포공항과 김해공항의 국제선은 인천공항으로 일원화된 상태다. 그럼에도 롯데면세점은 두 공항에 월 50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인천공항공사의 상생 의지를 환영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인천공항과 어깨를 견주는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홍콩 쳅락콕 공항의 임대료 감면율은 50~70%에 달한다. 글로벌 기준에 맞는 지원책이 나오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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