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언급과 더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심각한 경기 침체 장기화' 경고가 나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심장부' 뉴욕 증시 맥박이 다시 불안하게 뛰고 있다. 그간 한 달 여의 회복세에 대한 월스트리트 증권가의 시장 전문가들 발언도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락장에서 부자들이 돈을 버는 법'을 언급해 시장 눈길을 끌었다.
뉴욕 증시에 불안감이 본격적으로 번진 기점은 13일 오전(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화상 연설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지금의 경제 침체는 전쟁(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이지만 아마도 이것이 끝이 아닐 지도 모른다(It may not be the final chapter)"고 경고했다. 마땅한 치료제도 백신도 없이 제2차, 3차 확산이 일어나는 식으로 코로나19 불확실성이 크고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당장의 침체가 이어지는 차원을 넘어 위기의 막다른 장이 펼쳐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하루 전날인 12일 백악관 코로나19테스크포스(TF) 대응팀구성원인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연방 상원 화상 청문회에 출석해 "성급한 경제 활동 재개로 작은 감염이 대규모 발병으로 번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고통과 죽음을 부를 수 있고, 경제 회복에도 걸림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이 어두운 발언을 하면서 시장 기대감이붙었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하면서 월가에서는 지금까지의 한달 간의 회복세가 거품이었는지 아닌지, 주식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지 여부를 두고 시장 전문가 간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유명 헤지펀드인 애팔루사의 데이빗 테퍼 펀드 매니저는 최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9000포인트를 재돌파하는 등 상승세가 시장 고평가 결과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테퍼 매니저는 13일 CNBC인터뷰에서 "내 경력 전체를 통틀어봤을 때 지금 증시는 1999년 다음으로 가장 과대 평가된 상태"라면서 "아마존과 페이스북, 알파벳 같은 대형 기술기업들은 이미 충분히 평가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이미 시중에 유동성을 많이 투입했고 이에 따르 시장이 고점에 다다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테퍼 매니저가 언급한 1999년은 이른바 '닷컴 버블' 이 일던 때로, 2000년 버블 붕괴 사태가 이어진 바 있다.
반면 지금의 뉴욕증시는 오히려 저평가된 상태이며, 연준이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은 부정했지만 다른 식의 확장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보는 시장 전문가들도 있다. 두케스네패밀리오피스 투자의 스탠리 드루켄밀러 헤지펀드 매니저는 CNBC인터뷰에서 "(코로나)리스크가 크고, 큰 리스크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주가는 내 경력을 통틀어 볼때 오히려 저평가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뉴욕 증시 주가도 양극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도 꾸준히 나온다. GW&K투자의 아론 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투자할 만한 성장성 있는 기업들을 계속 찾고 있지만 현재 잘 나가는 기업 주식들은 전에도 잘 나갔던 것들"이라면서 "당분간은 잘 나가는 기업 주식 주가만 더 오르고 강해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연준 정책과 관련해 아메리베트투자증권의 그레고리 파라넬로 수익률 분석 전문가는 "파월 의장이 마이너스 금리를 하지 않겠다고 언급했지만 재무부 국채에 대한 수익률 관리(yield curve control)등 다른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본·레버리지 관점에서 연준은 현재 (유동성 공급)프로그램을 더 확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처럼 시장 평가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그간 미국 주식시장과 관련해 공개 언급을 해왔던 트럼프 대통령도 13일 트위터를 통해 특이한 발언을 했다. 대통령은 파월 의장 연설 후 "소위 말하는 부자들(rich guys)이 시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할 때 누군가는 반대로 베팅하곤 하며 설령 주가가 내려가더라도 많은 돈을 번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고 있으라"면서 "그러고 나서 그들은 공개적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말하면서 시장을 끌어올린다. 부자들은 그 두 가지를 다한다. 불법이 아니지 않은가?"라고 언급했다. 일부 거래자들이 자신들의 시장 영향력을 활용해 하락 혹은 상승장을 유도한 후 매도 포지션 혹은 매수 포지션을 통해 돈을 버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11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뉴욕 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앞으로 3개월 안에 20% 가까이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너스 금리를 주장하면서도 최근 공격적인 돈 풀기에 나선 파월 의장을 간만에 높게 평가해 관심을 끌었다. 대통령은 연설에 대한 반응을 묻는 현지 기자들에게 "나는 정말 강력히 우리가 마이너스 금리로 가야 한다고 본다"면서도 "파월 의장...그는 최근 몇달 간 매우 잘 했다. 그는 나에게 기량발전상(MIP)을 받을 만하다. 제일 나아진 선수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가 언제쯤 확실한 반등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경제 고수'들마저 답을 피하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3일 "회복과 악화 시나리오는 확률상 반반"이라면서 "경제 회복은 더 느리게 진행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클리블랜드 연은은 필라델피아·댈러스·미니애폴리스 연은과 더불어 올해 FOMC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
다만 메스터 총재는 "파월의장이 이미 언급한 대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은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하지 않는다"면서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지만 나는 지금 시점에서는 그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에 쐐기를 박았다.
이미 지난 달 말부터 파월 의장이 "지금은 재정 부채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면서 정부가 코로나 재정을 대폭확대할 것을 주문해온 만큼 현재로서는 재정 정책에 시장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12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은 3조 달러 규모 코로나 추가 재정집행을 위한 법안을 발표했고, 오는 15일 법안이 하원 투표에 부쳐질 예정이다. 다만 이달 말 안으로 공화당과의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 전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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