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압승 직후 더불어민주당을 떠난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이 잠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늘(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양 전 원장의 근황에 대해 "전국 각지를 여행하는 것으로 안다"며 "특별히 의미를 둔 지역에 가거나 당선인들을 만나기보다 건강을 챙기며 푹 쉬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총선 공천에서 보이지 않은 손이었던 양 전 원장이 조만간 낙천·낙선자들을 만나 위로할 것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한 지인은 "공천이나 본선에서 떨어진 사람들 가운데 선거를 열심히 도운 분들의 마음을 챙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애초 총선 후 미국으로 떠나려 했던 양 전 원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국내 체류'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지난 대선 승리 직후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이 되지 않겠다"며 해외 유랑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일선에서 물러나 잠행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향후 그의 역할에 대한 여권 내 관심은 여전히 큽니다.
2년 가까이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특히 이번엔 총선 승리를 설계한 사람인 만큼 177석으로 거듭난 민주당이 새로운 방향을 잡는 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주로 거론됩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양 전 원장이 움직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인재영입 과정에서 초선들과 스킨십이 많았던 만큼 김태년 원내대표 당선에 영향력이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양 전 원장은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번 총선 성과는 당이 계파, 계보 없이 혼연일체가 됐기에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그런 기조를 이어가려면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주변에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그와 가까운 한 인사는 "철저히 중립이었다"며 "원내대표 경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에 연루돼선 안 된다고 보고 일부러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양 전 원장은 자신의 최근 행보를 '정치적 거리두기'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문재인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맡아 청와대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많지만, 정작 본인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민주연구원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혔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