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CEO의 투자 한수] 페드풋 맹신 말고 기업 재무·성장성에 집중해야
입력 2020-05-13 17:45  | 수정 2020-07-09 18:00
코로나19라는 블랙스완(검은백조)은 금융시장에 미친 하향 충격도 거셌지만, 주가 급락 이후의 회복세도 예상보다 강력해 많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저서 '블랙스완' 발표 이후, 블랙스완은 일어날 것 같지 않지만 막상 일어나면 심대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이벤트를 지칭하는 대명사가 됐다.
코로나19는 우리 눈앞에 나타난 현재진행형 블랙스완이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여타국으로 확산되며 시장에 충격을 주기 시작한 2월 중순부터 한 달간 코스피는 35% 하락했다가 이후 회복세에서 낙폭의 60% 정도를 회복했다. 같은 기간 미국 S&P지수도 비슷한 낙폭과 회복세를 보였다. 이 같은 주가 회복세는 같은 기간 미국 유럽에서의 코로나19 대대적 확산과 미국에서의 3000만명 실업, 유가 폭락, 중국과 한국에서의 1분기 역성장 등 대형 악재를 딛고 만들어진 것으로 해석을 필요로 한다.
우선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의 대대적인 통화 및 재정정책 대응이 1차적 이유일 것이다. 현대의학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빠른 시간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감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 '동학개미'로 상징되는 개인투자자들의 공격적인 시장 참여는 이 기간 특징적 현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대대적 신규 진입이 있었다.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는 시장 반응인데, 소위 '페드 풋(Fed Put)'이라 불리는 중앙은행의 적극적 금융시장 개입이 근원이라고 할 수 있다.
페드 풋이란 금융시장 위기 때마다 중앙은행이 적극 개입해 시장가격을 돌려세움으로써 투자자들로서는 마치 풋옵션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방어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시장에 더욱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페드 풋으로 인해 투자가들은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질 수 있게 되며 심지어 도덕적 해이까지도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시장이 중앙은행에 의존적이 되면서 중앙은행 정책 여력이 위기 때마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책이자율은 이미 제로에 수렴하고 있고, 통화를 찍어내는 것도 과잉 유동성에 따른 부동산 등 자산가격 버블을 감안하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점점 커질 우려가 있다.
위기를 헤쳐나가는 첫 번째 힘은 건전한 재정이다.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과 이익 창출력에 투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주식펀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고, 채권시장에서는 신용위험이 낮은 투자적격 채권펀드에 대한 투자가 좋을 것이다. 투자자 개인의 재무안정성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동성을 확보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하고 신용투자를 지극히 제한해야 한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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