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발 코로나19 확산을 고려해 경찰 공무원 채용 시험을 연기해달라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경찰청은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채용절차를 정상 진행할 방침이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인재선발계 관계자는 13일 채용일정 추가 연기와 관련해 "현재 논의 중인 사안이 없다"며 "기존 계획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 3월 시험장 내 집단 감염 위험성을 고려해 4월 4일에 진행하려던 순경 공채와 전·의경 경채 필기시험 등을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이후 오는 5월 30일부터 필기시험, 신체·체력·적성검사, 응시자격 심사, 면접 등을 차례로 진행한다고 안내했으나, 최근 수험생들 사이에서 일정을 한 차례 더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용인 66번 확진자를 필두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만큼 경찰 공채를 전후로 감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경찰 채용 시험 재연기에 대해 재고를 부탁한다"는 청원이 등장했다.
경찰 공채를 준비 중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이태원 클럽 확진자 사건으로 (경찰청의 시험 관련) 결정에 대해 의문과 염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청원인은 "감염 가능성이 적은 수험생과 일반인도 (코로나19에 감염된) 몇몇 수험생들에 의해 감염될 확률이 낮지 않다"며 "'코로나19 증상이 있더라도 해열제 복용으로 증상을 숨기고 시험을 치르겠다'고 하는 수험생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험장으로 가야 하는 심정을 표현하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라며 "오는 5월 30일 치르는 경찰 공채에 대해 재고를 부탁한다"고 전했다.
이 국민청원은 게재된 지 하루만인 13일 오후 3시 30분 기준 1768명의 동의를 받았다.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인 이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채용절차 연기와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수험생은 "신천지 때보다 지금이 더 걱정된다"며 "집 밖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아예 안 들 정도"라고 전했다.
또 "필기와 면접으로 끝나는 다른 시험과 달리 경찰은 체력시험도 봐야 한다"며 "어느 시험보다 경찰 시험이 (코로나19 대응에) 제일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우려도 확인됐다.
그런가 하면 코로나19 확산에도 채용절차를 그대로 강행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순경 공채를 준비 중인 수험생 박 모씨(25)는 "순경 공채의 경우,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 한 차례씩 진행되는 만큼, (상반기) 시험을 미루면 하반기 시험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잠정 연기가 된다면 결승선 없는 달리기 하는 느낌이 든다"며 "마음이 해이해지기 쉽다"고 우려했다.
한편 경찰청은 시험장에서 수험생들의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미리 확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인재선발계 관계자는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의 경우에는 시험을 볼 수 없다"면서 "(무증상자는) 중대본 지침에 따라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 드린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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