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깊어지는 美·中갈등…백악관 "중국주식 사지말라" vs CCTV "NBA 중계, 쭉 보이콧"
입력 2020-05-13 11:46  | 수정 2020-05-20 12:37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전세계대유행)을 두고 중국을 향한 미국 공세가 하나 둘 구체화되고 있다. 백악관이 '미국판 공무원 연금공단'에 중국 기업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는 한편 상원 주요 의원은 중국에 코로나19 책임을 물어 제재한다는 법안을 낸다고 선언했다. 미국 측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달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코로나 관세' 부과 검토를 언급한 이후 며칠새 뒤따르고 있다. '미국산 수입 관세 면제'로 뒷걸음하는 듯 했던 중국은 미국 농구 경기 중계 중단을 선언하는 식으로 부분적 반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중 갈등이 다시 불붙을 조짐을 보이면서 1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3대 대표 지수는 일제히 2%대 하락해 거래를 마쳤고, 이어 선물 시장에서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유진 스캘리아 미국 노동부 장관은 노동부 산하기관인 연방퇴직저축투자위원회(FRTIB)에 '중국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12일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 서한은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스캘리아 장관에게 보낸 같은 내용의 메시지를 장관이 동의한 후, 장관 명의로 FRTIB에 보낸 것이다.
스캘리아 장관은 마이클 케네디 FRTIB 이사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중국 기업 주식 투자 진행 사항을 전부 중단(halt all steps)하라"고 요구했다. 계획된 사항 외에 이미 진행 중인 투자도 동결하라는 것이다. 이런 요구를 한 이유에 대해 장관은 "수백만 명의 연방 공무원 퇴직자금을 책임지는 기관이 위험한 외국 주식을 사들여 방어할 수 없는 투자 포지션에 서는 것은 국가 안보 면에서 매우 위험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앞서 폭스뉴스와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커들로 위원장 등 백악관 참모진은 스캘리아 장관에게 특정 중국 기업까지 거명하는 등 구체적이고 강력한 주문을 넣었다. 이들은 서한에서 "인권 침해·미국 안보 위협 우려가 큰 중국항공공업그룹회사(AVIC)와 항저우히크비전 같은 곳에 투자하지 말라"면서 "중국 업체는 미국의 재무공개규칙을 지킬 의무도 없기 때문에 기업이 투명하지 않고 투자 리스크가 크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FRTIB는 연방정부 소속 공무원들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기관으로, 연방공무원 저축계정(TSP)을 통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TSP는 총 500억 달러(약 61조 3400억원) 규모 자금을 운용하고 있으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국 주식 매입에 관심을 보여왔다.
백악관과 노동부 장관의 이번 서한은 중국을 의식한 단순한 경고 메시지를 넘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앞서 지난 4일 백악관은 FRTIB 위원 5명 중 임기 만료를 앞둔 3명을 새로 지명해 과반수 이상을 확보했다. 앞서 지난 3월 오브라이언 보좌관은 미국 내 최대 공적연금기관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제도(CalPERS·4000억 달러 규모)에 대해 "CalPERS의 중국 주식 투자를 유심히 보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한 바 있다. CalPERS는 MSCI와 FTSE 인덱스를 따라 투자하고 있는데 이들 목록에 하이크비전 등 중국 대기업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도 미국 주요 은행들이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향해 "CalPERS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벤 멍을 조사해야한다"면서 "CalPERS가 172개의 중국 기업에 총 31억 달러 규모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미국의 국익에 반한다"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린지 그레이엄(공화당) 연방 상원의원은 12일 "코로나19사태에 대한 중국의 기만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겠다"면서 '코로나19책임법'(COVID-19 Accountability Act)'을 입법에 부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코로나19 발생지와 원인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으면 중국을 제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중국 자산동결을 비롯해 중국 공무원 방문 금지·비자 철회, 중국 기업 대출 제한·미국 주식시장 상장 금지가 대표적인 제재 내용이다.
그레이엄 의원이 제시한 법안에 다르면 중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미국이나 미국 동맹국,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가 하는 코로나19 관련 조사에 응해 충분히 규명했다는 점을 60일 이내 의회에 증명해야한다. 또 중국은 코로나판데믹 동안 체포한 홍콩 민주화 인사들을 석방해야한다. 중국이 이같은 요구에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법안이 실제로 입법 과정을 거치는 동안 미·중 외교 균열이 더 깊어질 공산이 크다.
연방 상원은 공화당이 절반 이상 다수석을 차지한 상태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그레이엄 의원의 법안에 대해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인 팀 케인(민주당) 상원의원은 "중국에서 뭔가 잘못된 일이 일어난 것은 확실하다"면서 조사를 요구했다.
미국 측의 중국 공세에 대해 중국은 스포츠 시장 위협으로 일단 대응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에 따르면 국영 중앙방송(CCTV)은 앞으로도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중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NBA 최대 소비 시장이다.
앞서 지난해 말 홍콩 민주화 운동 당시 NBA의 휴스턴 로키츠의 대릴 모레이 단장과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 등이 홍콩 민주화 운동 지지 발언을 했다가 중국 측 반발을 사 중국 내 NBA 중계가 일시 중단됐는데, 이번에 코로나판데믹 책임 공방으로 미·중 갈등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CCTV가 앞으로도 NBA경기 중계를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현재 NBA는 미국 내 코로나19사태로 인해 경기가 무기한 중단 된 상태이기 때문에 당장의 타격은 없다. 다만 CCTV의 이번 결정은 앞서 12일 중국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성명을 내고 희토류 광물과 금·은 광물, 항공 레이더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 79종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면제한다고 발표했음에도 미국 측이 강경태세를 보이는 가운데 나온 반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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