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간수업' 박주현 "'규리' 이해하려 정신과 선생님 도움 받아"
입력 2020-05-08 15:57  | 수정 2020-05-08 16:17
사진=매일경제

"감사하지만 부담감도 함께 오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마냥 무섭다기보단 즐거운 부담감이고요. 좋아하는 연기를 책임감 있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배우 박주현은 어제(7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인간수업'으로 단번에 '괴물 신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데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는 극 중 부모가 가둬놓은 틀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범죄에도 발을 들여놓고 파멸에 이르는 10대 소녀 백규리를 연기했습니다. 애틋한 짝사랑 상대로 분했던 전작 '반의반'과는 전혀 다른 역할로 드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셈입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규리를 안정적으로 소화했지만, 실제로 연기하기는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규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느껴서 굉장히 단순하게 다가갔어요. 규리는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고 합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인물이에요. 다만 저는 (연기를 위해선) 규리와 교감해야 하니까 제가 학창 시절 고민하고 반항을 꿈꿨던 경험에서 많이 찾으려고 했어요. 범죄와 관련된 부분들은 기사를 많이 읽고,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어린 범죄자를 상담해주는 정신과 선생님에게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드라마에서 규리는 같은 반 친구 지수(김동희 분)의 스마트폰을 훔치고 그가 성매매 '포주'임을 알아챕니다. 하지만 지수를 신고하기는커녕 자신이 아는 유도부 남자 선배들의 몸을 팔게 하자고 제안합니다. 상당히 충격적인 전개지만 그는 "그런 충격이 '이 아이는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나'를 더 깊게 고민하게 해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인들이 보내준 감상 중에서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말이 고맙게 느껴져요. 민감한 소재에다 저는 범죄자를 연기해야 하잖아요. 규리를 이해하기에 앞서 이 드라마가 다루는 사회 문제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고 감독님, 작가님과 얘기를 나눴어요. 신문 기사랑 책도 많이 찾아보고 실제 사례로 만들어진 영화도 보고 사회 문제 쪽으로 공부를 많이 했어요."

그는 "규리는 삶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게 한 캐릭터"라면서 "고2지만 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들고 이 사회에 이렇게 관심을 갖게 만들어줬다"고 말했습니다.


'인간수업'은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굳이 이런 소재까지 드라마로 만들어야 하냐는 비판에 시달렸습니다. 반면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현실을 직시하게 만들어준 드라마라는 호평도 있습니다.

"우리가 다루는 소재가 불편한 건 맞지만 언제까지 모른척할 수가 있을까, 언제까지 회피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어른들이 더 불편해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아이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요. 그들에겐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고요. 거기에 대한 관심을 어른들이 가져줬으면 해요. 이 작품을 하면서 불편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현실을 깊게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저를 비롯해 모두가 많이 했어요."

그는 여운을 주는 결말과 시즌2 제작 가능성에 대해 "결말은 좋지만 시즌2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제가 규리를 연기하긴 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행복하기엔 그들이 너무 많은 선을 넘지 않았나 싶어요. 가슴 아픈 부분도 있지만, 지수와 규리는 그에 응당한 대가를 받아야 하는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 결말이 우리에게 주는 게 많았어요. 사실 이 작품이 현실적이었던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결말이에요.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느낌이라서요. 추후 시즌2가 된다면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이들이 과연 개과천선을 할까'인데, 쉽지 않다고 봅니다. 청소년인 그들이 감당하기엔 이미 너무 많은 선을 넘었고 많은 사람들을 아프게 했기 때문에요."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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