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운영하는 인도 공장에서 현지시간으로 7일 가스누출 사고가 발생하자 현지 한국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자칫 '혐한'(嫌韓)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가 발동한 국가 봉쇄 조치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상품이나 한국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입니다.
인도에는 지난 3월 25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경제 활동이 마비되면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의 불만이 많이 쌓인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싱크탱크인 인도경제모니터링센터(CMIE)에 따르면 4월 한 달간 실직한 인도 노동자의 수는 1억2천200만명에 달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인도인 상당수는 중국인과 무슬림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중국과는 과거부터 사이가 좋지 않은 데다 바이러스 발원지가 중국 우한(武漢)으로 알려지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진 것입니다.
무슬림의 경우 지난 3월 뉴델리 이슬람 종교집회가 바이러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받으면서 곳곳에서 공격과 차별을 받았습니다.
반면 한국 기업은 그간 인도 사회에서 비교적 좋은 이미지를 구축했습니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자동차 등 한국산은 품질이 뛰어난 고급으로 인식됐고, LG를 비롯한 한국 기업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정상회담 등에서 각별한 관계임을 강조한 것도 인도인이 한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는데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 주재원은 "한국 기업은 그동안 인도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경제 침체로 불만이 가득한 일부 인도인들이 '화풀이 대상'을 찾는 상황이라 이번 사고로 혐한론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최근 한국 기업은 봉쇄령 완화 조치에 맞춰 공장 재가동을 준비하는 중이라 더욱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이에 재인도한국경제인연합회(코참 인디아)는 750여 회원 기업에 사고 예방을 위한 설비 점검을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코참 인디아는 7일 회원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정비를 철저히 해 만일의 사태가 없도록 조심해야겠다"며 "그간 피해로 공장 가동이 시급한 상황이나 속도가 아닌 안전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현지 언론 등에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는 분위기는 아직 두드러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인도 최대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8일 사설을 통해 "이런 사고는 이처럼 오랜 산업 활동 중지기에는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며 "당국은 조금도 방심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기업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 점검과 시설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 중심을 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7일 오전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화학 계열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는 스티렌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 인근 주민 11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현지 경찰은 공장 내 탱크에 보관된 화학물질 스타이렌 모노머(SM)에서 가스가 누출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