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첫 `냉동인간` 고객 나와…돌아가신 어머니 시신 냉동시킨 아들
입력 2020-05-08 14:24  | 수정 2020-05-08 16:56
러시아 모스크바의 냉동 보존실로 이송하기 위해 시신을 옮기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영하 193도 액체질소가 담긴 전용 체임버. [사진 제공 = 크리오아시아]

국내에서 최초로 '냉동인간' 서비스를 의뢰한 고객이 등장했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50대 남성 A씨가 최근 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을 냉동 보존하기로 한 것이다. 의료기술이 발전한 미래에 어머니를 다시 소생시킬 수 있으리란 희망에서다.
8일 생체 냉동보존 스타트업인 크리오아시아에 따르면, 이 업체는 최근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의 첫 고객 의뢰를 받아 지난 1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위치한 냉동보존실로 시신을 송치했다. 한형태 크리오아시아 대표는 "A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전신을 냉동보존하길 원했다"고 밝혔다. A씨는 비용으로 총 1억500만원을 지불했다.
크리오아시아는 러시아의 인체 냉동보존 전문기업 크리오러스(KrioRus)의 한국 지사 성격의 제휴사로, 지난 2018년 2월부터 국내에서 대행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크리오러스는 미국의 앨코어, 크리오닉스 인스티튜트와 함께 세계 3대 인체 냉동보존 기업으로 꼽힌다. 현재까지 크리오러스에 시신 전체 또는 뇌 등 장기 일부의 냉동 보존을 맡긴 고객은 A씨의 어머니를 포함해 총 73명이다.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는 더 발전된 의료기술이 나왔을 때 죽은 사람을 되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세포와 장기 등 신체를 영하 193도의 극저온 액체질소에 담가 손상 없이 얼려 장기간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크리오아시아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김시윤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계에서는 2040년경이면 냉동보존 해놨던 죽은 사람의 뇌를 살려내거나 인공신체에 이식하는 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에 따르면 A씨의 어머니는 생전에 혈액암을 앓고 있었다. 한 대표는 "1년 전 상담을 왔던 분인데, 최근 어머니 장례 도중 연락을 받고 서비스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외에서는 주로 병이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녀를 대상으로 의뢰하는 고객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몸이 아픈 부모를 둔 50~60대의 문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는 냉동보존만 가능한 상태로, 인체를 손상 없이 해동시키는 기술은 아직 개발 단계다. 김 교수는 "정자나 난자, 피부세포, 세균 등 단일세포를 얼렸다 다시 활성화 하는 일은 매우 흔하지만 완전히 냉동시켰던 동물의 장기를 손상 없이 해동시킨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며 "조직의 내부까지 열을 균일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급속 해동이 가능해야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냉동보존 기술은 가까운 미래에 장기 이식이나 신체마비 환자의 재활 등에 우선적으로 적용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장기는 기증 자체도 적지만 지금은 기증을 받더라도 기증자가 사망한 직후 수시간 내 환자에게 이식되지 못하면 폐기 처분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장기를 냉동보존해 놨다가 필요할 때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 이식이나 전신소생의 경우 기술적인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해결해야 할 윤리적인 문제가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냉동보존 기술을 영생의 길로 여기며 과도하게 냉동인간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 연구진은 나노입자와 자기장 등을 응용해 안전하게 장기를 해동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한편 크리오아시아는 올해 중 해외의 인체 냉동보존 기업들과 전문가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인체 냉동보존과 해동 기술 등 미래 재생의학을 주제로 한 국제 포럼을 개최할 계획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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