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문] 윤미향 "이용수 할머니 틀렸지만…소극 대응 이유는"
입력 2020-05-08 11:16  | 수정 2020-05-15 12:07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7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주장과 관련해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윤 당선인은 "'피해자'란 단어는 수많은 내용과 역사가 담겨진 표현"이라며 운을 떼고 "그 무게감 앞에서 활동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응하라'는 요청을 많이 받았다는 윤 당선인은 "대응해야 할 상대가 피해자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1992년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의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윤 당선인에 따르면 이용수 할머니는 신고전화를 할 당시 모기만한 목소리로 떨며 자신의 친구 얘기를 전하듯 말했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거의 30여 년을 함께 걸어와 수요시위에서 제가 경과보고를 하면 '최고'라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에 저는 어린 아이처럼 좋아했다"고 전했다.

또 "21대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신청했단 얘기를 전하며 할머니의 반응을 긴장하고 기다리던 제게 '잘했다'고 하던 할머니의 말씀에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며 "물론 지금은 '우리 문제 다 해결하고 가라'는 목소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성금 내역 등이 불투명하다는 이 할머니의 지적에는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정의연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로 박근혜 정부가 받은 10억엔 관련해서도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다"며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 설명 드렸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윤미향 페이스북 글 전문
'피해자' 수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면서 수많은 내용, 역사가 담겨진 표현이지요. 그 무게감 앞에서 '피해자와 함께 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아무 말도, 최소한 자기 자신이 투신하고 있는 활동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한 변호조차도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습니다. 그저 활동으로 우리의 정당성을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고 다짐하며 정말 온몸을 던지듯이 그렇게...피해자와 함께 하는 운동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활동가들에게 '무조건 피해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라' '네가 잘못했다고 해라' 그러면 나중에 우리 스스로에게 다 보람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할머니들도 알아줄 것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런 참 힘겨운 부탁을 많이 하기도 했습니다. 제게 대응을 하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도 저는 이렇게 소극적으로 제 생각과 마음을 담아내는 글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응을 해야 할 상대가 피해자이시기 때문입니다. 1992년에 이용수 할머니께서 신고전화를 했을 때에 제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받았고, 모기소리만한 목소리로 떨면서 "저는 피해자가 아니고, 제 친구가요..."하던 그 때의 그 상황을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30여년을 함께 걸어 왔습니다. 수요시위에서 제가 경과보고를 하고 나면 꼬옥 안아주며 최고라고 하시던 할머니의 말씀에 다 큰 어른인, 아니 할머니가 되어가는 저는 그저 어린 아이처럼 좋아라 했습니다. 피해자의 칭찬은 제가 활동하는 보람을 갖게 해줬고, 피해자의 웃음은 저를, 제 자신은 던져버리고 일에 미치게 만든 에너지가 되어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저였기에 조심스런 목소리로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비례후보로 신청했다는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의 반응을 긴장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잘했다"하시던 할머니의 말씀, 또 다른 제 의정활동 계획에 대해 "그래 그래 그러자"고 하셨던 할머니의 말씀에 정말 춤이라도 추고 싶었습니다. 할머니의 지지는 제게 그런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지금은 '우리문제 다 해결하고 가라' 라는 목소리로 바뀌었습니다. 오늘 기사들을 보며, 수많은 기자들에게 전화를 받으며... 온 몸에 힘이 빠져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국회 마당 잔디밭에 깜깜해지도록 앉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혈압이 높은 할머니가 생각이 나, 그 상황 중에 할머니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잠은 잘 주무실 수 있을까? 나 같으면 아마 오늘 밤 잠도 못잘 것 같은데... 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세 차례나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 포기했습니다. 그런데...집에 들어와 제 사적인 공간 안에 들어오는 순간....30여 년 동안의 활동 속에서도, 수많은 공격 속에서도 제 심장은 딱딱해지기 보다 오히려 더 말랑말랑해졌나 봅니다. 심장이 조여오고, 온 몸에 쥐가 나고... 아프고... 눈물이 나고... 그러나 힘을 내야겠다고 다시 다짐합니다. 정의연의 활동과 회계 등은 정말 철저하게 관리하고, 감사받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습니다. 모금 목적에 맞게 사업도 집행하고 있고...정의연은 1992년부터 할머니들께 드린 지원금 등의 영수증을 할머니들 지장이 찍힌 채로 보관하고 있습니다. 보관할 당시에는 할머니들의 기억에 확인용으로 보관했지만, 어느새 그 기록들은 사료가 되어 있습니다. 2015.12.28한일합의로 박근혜정부가 받은 10억 엔에 대해서..., 오늘 오전에 우리 이용수 할머니와 통화를 하는 중에 할머니의 기억이 달라져 있음을 알았습니다. 저와 다른 할머니들은 박근혜정부가 10억 엔을 받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당신만 몰랐다고, 1월 28일, 윤병세 장관 편지에 써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고...그래서 다시 기억을 끄집어 내어 설명을 드렸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한일합의 발표 당일, 할머니 일찌감치 사무실로 오셔서 저, 연구자, 변호사님들과 함께 TV 틀어놓고 윤병세 장관 발표 보고 있었고, 발표 끝나자마자 할머니와 같이 기자회견 해서 할머니 말씀하시는 것 그 날 밤에 뉴스에 다 나갔다"고... 그런데 우리 할머니.... 아니라고 하셔서 더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피해자들과 함께 한 그동안의 제 경험에는 그럴 때는 그 상태에서 멈출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수요시위에 대해서는 다른 말 하지 않아도 그 중요성에 대해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세대와 성별, 민족을 초월하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평화, 인권교육의 체험현장이 되고 있습니다.그리고...우리 이용수 할머니는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이용당하지 않을, 정말로 그 누구보다도 주체적이고 용기있고, 씩씩한 영웅으로, 인권운동가로 활동을 해 오셨습니다.그리고... 저는요, 이용수 할머니의 30여년, 우리 김복동 할머니의 30여년, 우리 김학순 할머니의 아쉬운 17년의 운동... 우리 강덕경 할머니의 아쉬운 16년의 운동... 수많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시간들, 그 세월의 몫까지 제 삶에 담아 21대 국회에서 '죽은 자들의 몫까지 함께 해내는 운동'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그 길 밖에 제가 갈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디지털뉴스국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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