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또다시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을 상당 폭 인상키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텍사스주 주지사와 면담하는 자리에서 기자들과 문답 중 "한국이 우리에게 상당한 돈(substantial money)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매우 감사한다"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군이 패트리어트 미사일 일부를 철수한다는 소문의 진위를 묻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이어 "미국은 (국방비로)1조5000억 달러를 쓴다"며 "우리가 다른 나라들을 방어해준다면 그들은 기여를 통해 우리를 존경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도 한미간 인상 합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한미간 11차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이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한국이 분담금을 대폭 올리기로 확정한 것처럼 주장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동맹국들과의 방위비 협상에 '지렛대'로 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뒤집어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 실무선 합의를 거부하면서까지 추가 인상을 압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트럼프 정부 들어 첫번째 무역협상 개정 사례인 것처럼 방위비에 있어서도 한국을 시범 케이스로 삼고 있는 셈이다.
미측은 최근 한국 정부에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전년대비 50% 가량 인상한 13억달러를 제안했다. 미 정부 일각에선 '최종 제안'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다만 미측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며 타협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50%를 인상한 뒤 남은 계약기간 중 물가상승률만 반영하거나, 반대로 해마다 순차 인상해 마지막 해에 50%를 채우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 = 신헌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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