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득 없는 20대 백수, 서울·제주에 고급빌라 수십채 쇼핑
입력 2020-05-07 15:07  | 수정 2020-05-07 15:46

소득도 없는 20대 '백수' A씨는 집값이 급등한 서울, 제주 등에서 주택, 고급빌라 수십채를 닥치는대로 사들였다. 부동산 취득자금은 부모로부터 편법증여받은 것이다. 20대 B씨는 수도권 소재 오피스텔과 주택을 사들이면서 설정한 근저당 채무를 돈많은 아버지가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탈루했다. 이처럼 자산가 부모로부터 편법증여 받은 재산으로 고가 부동산을 '쇼핑'하며 막대한 세금을 탈루한 '간큰 20대'들이 대거 적발됐다.
7일 국세청은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탈루혐의자로 통보된 279명을 비롯한 총 56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3차 합동조사를 통해 탈세의심자로 선정된 835건 중에서 편법증여 혐의자 279명을 선정했다. 정부는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한 1,2차 조사에 이어 최근 전체 투기과열지구를 대상으로 3차 조사를 실시했다. 또 국세청 자체 조사를 통해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고가주택 취득자 146명, 다주택 보유 미성년 자녀와 호화사치 생활자 60명, 부동산법인 및 기획부동산업자 32명 등이 조사대상이다.
특히 국세청은 차입을 통한 편법증여 사례를 정조준하고 있다. 관계부처가 3차로 국세청에 통보한 탈루자들의 전체 취득금액 7450억원 중 무려 70%가 차입금이다. 미성년자, 20대를 비롯해 자기 돈 한푼 없이 강남 등에 위치한 고가 부동산을 사들인 경우만 91건(576억원)에 달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납세국장은 "금융 추적조사를 통해 자금원천이 사업자금 유출이거나 친인척으로부터 고액 차입금인 경우 관련 사업체, 법인, 친인척까지 조사범위를 확대할 것"이라며 "부정한 방법의 탈세가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자들은 갖가지 탈법, 편법증여로 탈루혐의를 받고 있다. 30대 변호사는 형으로부터 고가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산뒤 이를 다시 어머니에게 전세로 임대하며 가족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갭투자'로 고가아파트를 구입한 30대는 시아버지 집에서 전세를 살면서 사실상 전세보증금을 편법증여 받는 사례도 있었다.
최근 집값 급등과 함께 이처럼 편법증여로 고가아파트를 사들이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한의사 C씨는 환자로부터 진료비를 현금으로 받은뒤 매달 수백만원의 현금을 인근 자동인출기(ATM)를 통해 자기 계좌로 입금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병원 매출액을 적게 신고해 소득세를 탈루한 것도 모자라 아버지로부터 편법증여 받은 돈까지 보태 고가 부동산을 취득했다가 적발됐다. 직업도 소득도 없는 20대 D씨는 상가, 한옥주택 등 수 십억원의 부동산을 취득했다가 증여세 수십억원을 추징당했다. 임대업자인 어머니가 임대료 수익 등을 아들 계좌에 무통장 입금하거나, 지인과 거래처 명의 계좌를 통해 아들 계좌에 우회 입금한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2017년 8월 이후 국세청은 변칙 탈루혐의자 3070명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총 4877억원을 추징했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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