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위기의 브라질` 대통령 대변인 코로나 확진…상원 "대통령, 집회 그만 참석하라" 소송
입력 2020-05-07 11:43  | 수정 2020-05-08 12:08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 경제규모 1위' 브라질에서 대통령 대변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같은 날 브라질 중앙은행은 금리를 0.75%포인트(p) 대폭 인하했다. 코로나19 사태와 정국 혼란이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브라질 경제에 경고음을 날리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하원에서는 대통령 탄핵 목소리가 줄잇는 한편 상원에서는 야권 의원들이 "대통령의 행동이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대통령의 집회 참가를 금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6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글로부와 로이터통신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대변인 옥타비우 두 레고 바로스가 이날 코로나19 감염 양성 반응을 보여 자택에 격리됐다고 전했다. '대통령의 입'역할을 하는 대변인이 감염됐다는 소식에 브라질 대통령실은 줄줄이 비상이 걸렸고, 보우소나루 대통령 감염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 3월 브라질 대통령단이 미국을 방문했던 당시 대통령실 소속 커뮤니케이션국의 파비우 바인가르텐 국장이 감염 확진 판정을 받아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물론 국장과 접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도 감염 의혹이 일었던 적이 있다.
6일(현지시간) 브라질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기준금리(Selic rate)를 연 3%로 정했다. 이는 기존 3.75%를 0.75%p 대폭 인하하기로 한 결정이다. /출처=브라질 중앙은행
이런 가운데 같은 날 열린 브라질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는 기준금리(Selic rate)를 연 3%로 정했다. 이는 기존 3.75%를 0.75%p 대폭 인하하기로 한 결정이다. 3%는 지난 1996년 기준금리체제 도입 이후 최저 수준이다.
6일 기준금리 인하는 최근 총재가 '인하 필요성' 발언으로 시그널을 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0.5%p인하를 예상해왔기 때문에 0.75%p인하는 다소 파격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 달러화 대비 브라질 헤알화 환율은 5.704헤알을 기록해 환율이 올해 들어 42.13% 올랐다. 헤알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로 현재 헤알화 가치는 1994년 헤알화 도입 이후 가장 낮다. 같은 날 상파울루 증시에서 보베스파 지수는 전날 5일보다 0.5% 떨어진 7만9063포인트로 거래를 마치면서 8만 포인트를 밑돌았다.
이날 금리 결정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고 정치 혼란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브라질 경제 전망이 갈수록 악화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앞서 5일 3대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이 'BB-/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피치는 브라질 정치·경제·사회적 혼란과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BB-)은 그대로 두지만 하향 가능성을 의미하는 '부정적' 의견을 냈다.
BB-는 투자 부적격 구간이다. 피치는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에 대해 지난 2008∼2014년 투자 등급을 유지했지만 2015년 말∼2016년 초 재정 악화가 계속되자 투자 부적격 구간으로 강등한 바 있다.
지난 달 말 유엔 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는 올해 브라질 경제가 -5.2%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같은 달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 경제 성장률을 -5.3%로 전망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총부채 비율이 지난해 89.5%에서 올해는 98.2%로 높아져 재정 악화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지난 해 브라질 성장률은 1.1%다.
'열대의 트럼프' 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극우 보수 집회에 나가 지지자들과 밀접 접촉을 즐기는 가운데, '대통령의 입'역할을 하는 옥타비우 두 레고 바로스 대통령 대변인이 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대통령 감염 의혹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출처=대통...
최근 브라질에서는 '열대의 트럼프'로 불리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행태에 대한 국민·야권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에 "어차피 죽을 사람은 죽는다"는 발언으로 경제 재개를 강조하면서 방역을 강조하는 보건부 장관을 교체했고, 자신은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로 대규모 집회·시위 행사에 참석해 군부 독재를 옹호하는 연설을 해 민심을 잃고 있다. 시민들은 코로나19가 중남미에 닥친 3월부터 자택에서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냄비 시위(cacerolazo·시민들이 냄비나 프라이팬을 두드리며 항의하는 남미 특유의 시위 방식)를 벌여왔고, 최근에는 반(反)부패 수사 '스타 판사' 출신이던 세르히우 모루 법무장관이 대통령의 경찰 장악용 코드 인사를 한 데 반발해 사임한 것을 계기로 내각 분열도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재정 개혁 전권을 맡은 '슈퍼 부처' 의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도 정부의 투자 프로젝트 발표회에 등장하지 않아 내각 분열 의혹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연방의회 상원 의원 두 명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상대로 연방 법원에 집회 참석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6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도 좌파 성향의 지속가능네트워크(REDE) 소속 상원의원 2명은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와 보건부, 지역 정부 권고를 무시하고 대규모 집회에 참석하거나 집회를 부추겨 국민 건강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바, 대통령의 집회 참석을 금지시켜달라"는 내용의 소장을 상파울루 연방 법원에 5일 제출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달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극우 보수 집회에 참석해 군부 쿠데타와 독재 필요성을 정당화하고 보안법 부활을 주장하는 연설을 해 대법원이 해당 집회를 조사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어 지난 3일에도 집회에 참석해 상파울루와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지역 주지사들이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하는 데 대해 "일부 주지사들의 무책임한 조치로 일자리가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면서 대법원은 6일 대법관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기간 동안에는 주지사와 시장 등 지역 정부가 대통령이 이끄는 연방 정부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사회적 격리 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연방 정부는 주민과 물품 이동을 제한하는 식으로 주 차원의 경계를 넘는 조치에 대해서는 지역 정부가 연방 정부에 사전 협의하고 연방 정부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지만 대법원 결정에 따르면 지역 정부는 연방 정부와 별개로 방역상 필요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현지 언론은 대법원 결정에 대해 그간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주지사·시장들과 갈등을 빚어온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정치적 패배라고 풀이했다.
6일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브라질 보건부 발표와 추가 상황을 종합한 데이터를 보면 이날까지 브라질 내 코로나19 감염 확진자는 총 12만 6148명이고 사망자는 8588명이다. 보건부는 코로나19가 5월 중순께 정점에 달해 이후 사그라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피해가 갈수록 빠르게 번지면서 5∼7월 이후 사태가 수그러들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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