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 주택시장서 종부세 피해 `지분 쪼개기 증여` 늘어나
입력 2020-05-07 10:16  | 수정 2020-05-14 10:37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주택지분을 여러개로 쪼개는 '공동명의 증여'가 늘어나고 있다. 주택을 여러 명의 소유로 분산할 경우 증여세 등을 내야 하지만, 인당 5000만원에서 최대 6억원까지 종합부동산세가 공제돼 보유세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주택업계에 따르면, 기존에는 배우자에게 지분을 넘겨 부부 공동명의로 바꾸거나 무주택 자녀 1명에 사전 증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자녀를 포함해 여러 사람의 이름으로 명의를 분산하는 건이 여럿 나타나고 있다. 부부 공동명의만으로는 종부세 분산 효과가 떨어지자 지분을 더 쪼개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2주택(공시가격 24억7000만원, 7억300만원)자가 단독 명의로 계속 보유한다면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한 총 보유세가 지난해 2172만원에서 올해 4214만원으로 2배 가까이 오르게 된다. 내년 종부세법이 개정되면 공시가격 변동없이도 내년 보유세는 5256만원으로 올해보다 1000만원이 더 오른다.
이 중 한채를 배우자와 무주택 미혼자녀 등 3명에 증여하는 경우를 가정한 결과, 두 아파트의 총 보유세가 올해 1813만원, 내년 2615만원으로 종전보다 절반 이상(각각 57%, 50%) 줄어든다.

물론 이 경우 증여 비용이 발생한다. 배우자에게 50%, 자녀 2명에게 각각 25%의 지분으로 증여하는 경우 3명이 내야 할 증여·취득세와 박씨가 내야 할 양도소득세(4178만원)는 총 5736만원이지만, 앞으로 보유세 감면 효과가 커지면 지금 증여세 등을 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12.16대책을 통해 올해 6월 말까지 양도소득세 중과를 유예해주며 다주택자의 주택 매도를 유도했지만, '지분 쪼개기'식 증여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시중에는 당초 예상보다 급매물이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3966건으로 전체 거래량(4만9581건)의 약 8%로 지난해 4분기 비중(7.2%)을 훌쩍 넘었다.
올해 1분기 강남구 아파트 거래 총 1826건 중 증여가 406건(22.2%)를 차지해 지난해 4분기(11.4%)는 물론 역대급 증여를 기록한 작년 1분기(14.5%)보다도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서초구도 올해 1분기 증여 비중이 19.2%로 작년 4분기(11.4%)보다 높아졌다.
강남권 아파트 시장은 현재 보유세 과세 일(6월 1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보유세와 양도세 절세 매물이 나왔다가 다시 회수되는 분위기다. 올해 해당 주택의 보유세를 안 내려면 이달 말까지 팔고 등기 이전까지 마쳐야 하는데 기한이 촉박하다 보니 '초급매'가 아닌 이상 집주인들이 팔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황금연휴 기간에 초급매가 팔리고 호가가 뛰자 싸게 파는 대신에 증여세를 내고 증여를 하겠다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 증여가 가능한 다주택자들은 싸게 파느니 자녀 등에 사전 증여를 하는 것으로,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혜택이 다주택자의 매물 유도보다는 증여 수요만 늘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애초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대상이 10년 이상 보유주택으로 한정돼 시중에 팔 수 있는 매물이 많지 않았는데 그마저도 증여 등으로 빠지고 있다"며 "총선 이후 급매물이 늘었지만 당초 기대보다 적고, 거래도 많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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