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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기업 지원때 정치권 입김 불보듯
입력 2020-05-04 20:37  | 수정 2020-05-11 20:37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설의 법적 근거를 담고 있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치면서 논란·논쟁의 소지가 될 만한 조항들이 다수 추가됐다.
지원 기업에 대한 의결권 예외조항을 포함해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 과정에서 정치권에 휘둘릴 수 있을 빌미를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4일 금융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실무 결정기구에 국회 추천 인사들을 2명 포함시키는 문항을 최종 개정안에 반영했다.
정치권의 입김이 기금 운용 방식이나 지원 기업 선정 작업에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의결권 예외조항과 마찬가지로 개정안 원안에는 없던 내용이다. 김종석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정부 업무의 '견제'를 목적으로 야당 추천 인사를 위원회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 몫만 포함할 수는 없으니 결국 위원 7명 중 2명을 여야가 각각 한 명씩 추천하는 방식으로 정리됐다.

이로 인해 일단 기간산업 지원 과정에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를 남겼다. 기간산업 지원이 '정책'이 아닌 '정치'로 변질될 가능성을 차단하지 못한 것이다. 또 21대 국회가 6월에 개원하고 그 이후에야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의회 위원 7명 중 2명이 당분간 공석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정치 논리로 기금 가동 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울러 기간산업을 지원하는 기금이 정부나 입법부의 감시나 견제를 받는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되면 향후 통상이나 무역 분쟁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국회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구성을 규정한 공적자금관리특별법을 참고해 여야 추천 2명을 추가하는 내용을 최종 산은법 개정안에 담았다. 해외에선 한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지원으로 해석할 공간을 만들어줬다는 염려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향후 무역 분쟁 발생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산업은행에 기금을 설치하는 등 공적자금으로 해석될 여지를 차단해 왔다.
과거 일본 등 해외 국가들은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을 놓고 세계무역기구(WTO) 보조금 협정 위반 혐의로 분쟁해결절차 개시를 요청한 바 있다.
의결권 행사 예외 조항의 경우 정부는 의결권 행사에 대한 논란을 피하기 위해 출자 방식 지원 한도를 전체 자금 지원 규모의 20%로 제한하는 내용을 최종 법안에 추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경영 사안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시행령으로 구체적인 예외 조항 가동 기준이 위임됐다는 점에서 향후 법령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은법 개정안은 '자금 지원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하고 '자금 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 두 개의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에만 산업은행이 지원 기업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예컨대 구조조정을 위해 직원 30~40%를 한 번에 해고하는 등 명백한 사례들이 예외 조항에 담긴 지원 조건 위반이 될 수 있다.
자금 회수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는 정부 지분의 가치를 떨어뜨려 기존 지원 금액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을 뜻한다. 예를 들어 정부의 지분만 차등 감자를 한다든지, 다른 주주를 배제하고 대주주를 대상으로 헐값에 신주 유상증자를 진행해 기존 주주들 지분을 희석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같은 예외 조항에도 항공업계에선 정부의 경영 간섭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건부로 기간산업을 지원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일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추후 보유 지분을 누구에게 어떻게 매각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광섭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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