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코로나19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도시 봉쇄령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총기로 무장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어 이를 염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미국 미시간주 랜싱에서는 700여 명의 시위대가 주 의회 의사당으로 대거 난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주 정부가 지난 3월 선언한 코로나19 봉쇄령 연장을 논의하자, 시위대가 이에 항의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일부는 권총과 공격용 소총 등을 휴대했으나, 미시간주에서는 총기 면허 소지자가 공개된 장소에서 총기를 휴대해도 불법이 아니어서 의사당 출입이 허용됐다.
이날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비상사태 해제와 경제활동 재개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행동이지만, 유사한 사례가 랜싱은 물론 오하이오주와 뉴욕주에서도 발생한 바 있어 낯선 일은 아니다.
미국인들이 총기를 시위에 동원하는 이유는 총기가 호신용 무기나 취미에 그치지 않고, '자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문화 때문이다.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때 미국인들은 권위를 가진 세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 새 연방 정부도 독재와 탄압을 일삼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래서 시민의 자유를 보장할 수단으로 '민병대를 조직하고 총기를 소유할 권리'를 헌법에 포함했고, 이후 총기는 전제정치에 대한 저항이자 개인의 자유를 뜻하는 존재로 자리 매김했다.
이 같은 사례가 잇따라 보도되자 미국 누리꾼들의 의견은 비판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정부가 코로나19를 핑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우려와, "총기는 안전을 위협할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등의 의견이 등장했다.
한 누리꾼은 "서부 개척 시대와 21세기는 매우 다르다"며 "바이러스가 아니라 전미 총기협회(NRA)와 싸울 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후 미국에서 총기를 사들이려는 사람의 수도 대폭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총기 구매를 위해 시행된 범죄경력 조회 건수는 374만6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무려 110만여건 가까이 늘었다.
한 시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유행으로) 혼란이 생기면 경찰에만 의존할 수 없다"며 "총은 싼값에 들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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