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코로나19가 바꾼 풍경…미 대법원 사상 첫 '전화재판'
입력 2020-05-04 10:30  | 수정 2020-05-11 11:05

미국 대법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상 처음으로 전화로 변론을 듣습니다. 대법원 재판관들도 대법원 청사가 아닌 외부에서 이런 재판을 진행합니다.

미 대법원은 오는 현지시간으로 내일(4일)부터 모두 10개 사건에 대해 이런 방식으로 변론을 청취한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오늘(3일) 보도했습니다.

AP통신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통을 고수해온 대법원에도 큰 변화가 닥치고 있다"며 "재판관들은 1876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그의 발명품(전화기)에 특허를 낸 이후 처음으로 전화로 논쟁을 듣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NYT도 이를 "바이러스가 강요한 혁명적 변화"라고 표현했습니다.


변론은 뉴스 매체를 통해 오디오 생중계됩니다.

대법원 재판관들이 청사를 떠나 재판하는 것은 1935년 대법원 건물이 문을 연 이후 두 번째입니다. 앞서 2001년 대법원 우편실에서 탄저균이 발견돼 근처 다른 연방법원으로 임시이전 한 바 있습니다.

이번 '대법원 밖 전화 재판' 변론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특정 금융기록을 비공개로 하려 한 것과 대통령 선거인이 자신의 주에서 당선된 후보에게 선거인단 투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건도 포함돼 있습니다.

앞서 미 대법원은 수개월 전 동성애자의 권리와 이민에 대한 주요 변론을 오디오로 생중계하게 해달라는 뉴스 단체 연합의 요청을 기각한 바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법원 변론 청취는 변호인에게 속사포 같은 질문이 쏟아지는 등 자유분방합니다. 이번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브랫 캐버노 대법관까지 연공서열에 따라 질문과 발언을 하게 됩니다.

보통 재판을 하기 전 대법관들은 법복으로 갈아입고 서로 악수하는 게 전통입니다. 하지만 이번 재판 동안엔 누구도 재판관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목욕가운을 입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AP는 설명했습니다.

물론 전화 변론하는 변호사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이번 재판에서 정부 측 변호사들이 법무차관 회의실에서 그들의 전통적인 긴 꼬리 형태의 코트를 입고 재판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보통 재판관들이 착석하기 5분 전과 재판관들이 법정의 붉은 벨벳 커튼 사이로 나오기 바로 직전에 버저가 각각 울립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번 재판에서는 전화상으로 아무런 경고음이 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신 재판이 시작되기 30분 전인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30분에 전화가 갈 것이고, 오전 10시 정각에 법원 진행요원이 법원에 전화합니다.

보통 재판이 시작되기 직전 진행요원이 외치는 'Oyez'(정숙하시오) 역시 일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AP는 전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관들이 서로를 볼 수 있는 카메라 역시 설치되지 않습니다.

미 비영리 케이블 TV 통신망인 C-SPAN의 브루스 콜린스 변호사는 "전혀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발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NYT는 대법관 일부가 코로나19에 취약한 연령대여서, 만약 바이러스가 여전히 위협할 경우 대법관들은 10월에도 법정으로 가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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