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코로나발원지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발원지인 중국 측이 미국의 코로나19사태를 비난하는 내용의 `원스 어폰 어 바이러스`(Once Upon a Virus)애니메이션 영상. 해당 영상은 중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조기 경고했지만 미국 측이 억지를 부린다는 식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자료 제...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전세계가 고통받는 가운데, 중국이 레고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코로나19 최대 규모 피해국인 미국을 조롱하는 영상을 퍼트려 국제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이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뿌린 곳은 중국 국영언론사인 신화통신인 것으로 알려졌다.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은 '원스 어폰 어 바이러스'(Once Upon a Virus)라는 1분 40초 가량의 애니메이션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미국의 상징 '자유의 여신'을 레고 캐릭터로 그린 뒤 "바이러스를 왜 진작 경고를 하지 않았느냐. 데이터도 가짜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오고 중국측은 "우리가 미리 경고했다"고 반박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영상에서 중국측은 의료진과 함께 하얀 색 가운을 입고 마스크를 쓴 레고 캐릭터로 등장해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라는 선한 이미지로 묘사됐고, 미국 측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링거를 꼽은 채 화가 난 자유의 여신 캐릭터로 등장했다. 자유의 여신 캐릭터의 얼굴을 비합리적으로 화내는 붉은 색이었다.
또 자유의 여신 캐릭터가 "우리가 무조건 옳아"라고 우기면서 "중국에 동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에 주던 예산을 끊고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셈이다.
이런 영상은 중국의 온라인 여론전 중 하나다. 영상은 최근 코로나19발원지를 둘러싸고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중국 국영 신화통신사가 제작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2일 전했다.
신화통신은 지난 3월 2일 미국 국무부가 '중국 정부 선전기관과 다를 바 없다'면서 제재한 기관이다. 당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중국 매체 5곳(신화통신·CGTN·중국국제라디오·중국일보 등)에 대해 이같은 이유를 들며 해당 매체의 미국 내 사무실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원 수를 줄이고 미국 내 자산 관리·운영 현황을 보고하라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무엇보다 이번 레고 애니메이션 영상을 게시한 파리 주재 중국대사관은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프랑스에 대해 '가짜 뉴스'를 엮어서 서구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중국 공산당 지배 체제가 코로나19 대응을 더 잘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려 논란을 일으킨 곳이다.
지난 달 12일 프랑스 파리 주재 중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사실 뒤집어보기-신종폐렴유행에 대한 프랑스 주재 중국 외교관의 관찰'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하면서 "양로원 사람들은 긴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프랑스 정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양로원 직원들은 야밤에 양로원(Ehpad)을 버리고 달아났다. 노인들은 방치된 채 굶주려 죽어갔다"고 적었다.이 글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프랑스 외무부가 같은 달 14일 류사예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를 소환해 엄중 항의했지만 자오리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그것은 프랑스의 오해"라면서 "중국은 프랑스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발표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Ehpad'(Etablissement d'hebergement pour personnes agees dependantes)는 프랑스의 양로원을 흔히 지칭하는 현지식 줄임말이다. 중국 대사관은 스페인의 양로원 사건을 두고 프랑스 양로원 Ehpad 으로 언급하면서 체제 비판에 나섰는데 이런 식으로 사실이 틀린 것을 대사관이 홈페이지 글로 올린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는 외신 비판이 이어진 바 있다.
중국 측의 이런 온라인 여론전을 두고 당시 영국 가디언지는 "온라인 사회연결망(SNS)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국의 소위 '늑대 전사'(wolf warriors) 공격의 일환"이라면서 " 요즘 중국 외교관들도 선호하는 온라인 비난전으로, 늑대 전사는 2015년 중국에서 인기 끈 액션 영화 제목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지난 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오는 11월 내 재선을 망치기 위해 뭐든지 하려할 것"이라면서 중국에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묻는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 양국 간 긴장이 커진 상태다. 다만 중국은 발원지 논란을 야기한 후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를 향해 의료장비 원조·판매 등 코로나 대응 돕기에 나서는 식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 중이다. 자오리젠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3월 12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미군이 코로나19를 유포했다"고 주장하기도 해 미국의 반발을 샀다.
사진 왼쪽부터 최근 코로나판데믹 관련 중국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출처=백악관·대통령실·CNBC인터뷰·트위터
'코로나 발원지'논란은 단순히 미·중 갈등을 넘어 국제 사회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달 30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 CNBC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을 조사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며 이를 지지한다"면서 "중국은 조사 과정에 참여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집행위원회는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곳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발원지 조사는 전세계 차원에서 중요한 작업"이라면서 "바이러스가 미래에 또 언제 다시 올 지 모르기 때문에 전세계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통계 등 차원에서 더 많은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영국의 도미니크 라브 외무부 장관 등도 코로나판데믹 사태에 대한 중국의 신뢰성 문제를 지적해온 바 있다.[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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