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재연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예고된 '인재(人災)'로 귀결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산업안전 당국의 수차례 경고가 무시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30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 전기, 가스 분야 전문가 40여명과 1차 관계기관 합동 현장감식을 벌였다. 화재원인과 발화지점, 화재 전파 경로 등을 찾는데 주력했다.
현재까지는 지하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살포 작업중 발생한 유증기가 건물 전체로 퍼진 상태에서 불꽃이 닿으면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충격적인 건 산업안전 당국이 지난해 5월부터 이러한 재해를 예상하고 꾸준히 경고 해왔지만 무시됐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정애 의원실이 이날 공개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 대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심사 및 확인 사항'에 따르면 해당 공사장은 지난해 5월과 올해 1· 3월 3차례에 걸쳐 화재위험(발생) 주의를 받았다.
2019년 5월 17일엔 '향후 용접작업 등 불꽃비산에 의한 화재발생 주의', 올해 들어서는 '향후 우레탄폼 판넬 작업시 화재폭발위험 주의(1월 29일)' '향후 불티비산 등으로 인한 화재위험 주의(3월 16일)'를 받았다.
그때마다 시공사 등은 안전성 확보대책 등이 담긴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제출하며 공사를 이어갔지만 경고 내용 대로 대형 화재가 발생해 헛 약속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화재 사고 당시 화재 위험성이 높은 우레탄 작업과 용접 작업이 인근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비산방지커버와 소화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공사업체 관계자, 부상자, 목격자 등 10여명의 조사를 완료했고 설계도 등 공사자료도 확보했다"면서 "사망자 부검, 화인 규명 등을 통해 법 위반 사항을 수사하고, 피해자와 유족 심리 상담·외국인 변사자 지원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38명, 중상 8명, 경상 2명으로 최종 집계됐다. 사망한 38명은 대부분 전기·도장·설비 등의 업체에서 고용한 일용직으로 중국인 1명, 카자흐스탄 2명 등 외국인 3명이 포함됐다. 9명은 신원이 확인이 안돼 유전자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신원 확인을 의뢰했다. 이천시는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 시신 수습, 장례일정 등을 유족과 협의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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