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금난 美보잉 "향후 6개월 추가 대출 받아야…정상화 2년 이상 걸릴 듯"
입력 2020-04-28 16:58 
27일(현지시간) 보잉은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소재 787드림라이너 공장(사진)을 다음 주께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보잉]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사태로 주주 배당금 지급 중지를 선언한 글로벌 항공기제조업체 보잉이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항공·관광업계가 지난 해 수준을 회복하는 데만 2~3년이 걸리며 별개로 보잉은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아 현금이 더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다음 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공장이 다시 문을 열지만 코로나19사태로 전세계 항공·관광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한 점을 고려할 때 항공기 제작 주문 기대감도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보잉의 데이비드 캘훈 최고경영자(CEO)는 27일(현지시간) "매우 어려운 시기에 공급망을 가동하기 위해 앞으로 6개월은 자금 대출에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몇 년간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고 이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어 캘훈 CEO는 "글로벌 항공·관광 업계가 2019년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데 2~3년은 걸릴 것으로 보이고, 장기적 성장세를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적으로는 3~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그 때 즈음이면 배당금을 다시 지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잉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소재 787드림라이너 공장을 다음 주께 재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장 보잉의 시급한 과제는 현금 확보다. 이날 캘훈 CEO는 회사가 정부에 요청한 정부 대출 지원 혹은 국가안보 관련 업체들에 대한 170억 달러(약 20조 8250억원) 규모 지원 자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지난 달 11일 캘훈 CEO는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받기로 한 138억 달러 (16조 9050억원)중 남은 금액을 전부 대출 실행할 것이며 당분간 신규 채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신용등급이나 목표 주가 하향 등 글로벌 시장에서 부정적인 평가가 나올 경우 대출을 통한 현금 확보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미리 받아두겠다는 것이었다. 보잉 부채는 273억 달러(약 33조 4425억원)규모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3월 보잉은 "민간·공공부문으로부터 최소 600억 달러(73조 5000억원)어치 항공·우주업계 대출 보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하락세 긋는 보잉 주가. 다음 주 737드림라이너(오른쪽 위)생산 공장 재가동을 앞두고 보잉은 자금 확보를 위해 추가 대출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 보잉]
보잉은 자사 737맥스8기종 인도네시아 라이온에어 전원 추락사망 사건(2018년 10월)과 에티오피아 항공기 전원 추락사망사건(2019년 3월)을 겪으면서 유럽 에어버스에게 세계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올해 중국발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연달아 뼈아픈 타격을 입고 있다. 에티오피아 항공기 추락 사건 전인 2019년 3월 1일에는 주가(주당 440.62달러)가 정점을 찍었지만 지금은 27일 기준 128.68달러로 절반 이상 떨어진 상태다.
지난 10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보잉의 회사 신용등급을 기존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강등했다. Baa1~Baa3은 '투자 적격' 구간이기는 하지만 무디스는 추가로 부정적인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이나 전원 추락사망 사고를 야기한 737맥스8 기종의 기술적 결함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사태까지 겹쳐 관광업계가 줄도산 위기에 처하면서 항공기 임대업체와 항공사들의 항공기 제작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무디스는 "올해 보잉은 유동 자금이 지난해의 2배 수준인 3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잉은 자금난을 겪는 가운데 지난 25일 브라질 엠브라에르와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도 포기했다. 애초에 두 회사가 합작법인을 세우는 경우 보잉은 합작법인 지분 80%를 가지고, 사업 인수 대금으로 엠브라에르에 42억달러(약 5조 2000억원)을 지불하기로 했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자 발을 뺀 셈이다. 엠브라에르 측은 보잉에 대해 "이번 결렬은 보잉 재무 상태와 737맥스 기종 결함 문제 등 회사 평판 탓"이라면서 "보잉 측 계약 이행 의지가 부족했다는 판단 하에 엠브라에르는 손해 보상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반발해 법정 다툼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22일 보잉은 쿠웨이트 항공기 임대·금융사 에비에이션리스앤파이낸스(Alafco·알라프코)로부터 3억 3600만 달러(약 4149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알라프코 측은 보잉에 대해 "기존에 주문한 737맥스 기종 40대 인도를 제때 받지 못했다"면서 보잉 본사가 있는 미국 시카고의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알라프코는 보잉과 항공기 인도 기한으로 설정해둔 지난 3월 6일에 항공기 9대를 받지 못했다. 알라프코는 '보잉이 항공기 인도를 연기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었다'면서 나머지 주문도 취소했는데 보잉이 이에 대한 취소·환불 절차에 응하지 않자 반발해 법정에서 다투기로 한 상태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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