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쫓긴다는 공포감을 연기하려고 계속 저를 한계까지 몰아붙였어요."
희망이 사라진 가까운 미래, 출소 후 친구들과 함께 '한탕'을 계획한 청년 준석. 그러나 곧 사냥꾼의 추적이 시작되며 준석은 누구보다 큰 공포에 떨기 시작합니다.
오늘(28일) 오후 화상으로 만난 배우 이제훈은 '사냥의 시간' 속 준석을 연기한 경험을 "한계를 시험했다"고 표현했습니다.
"윤성현 감독이 '파수꾼'(2010)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작품인데, 그의 세계관이 깊어지고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에너지가 가득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의 디렉션을 다 받아들여서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쏟아내기로 했어요. 준석이 겪는,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는 평소에는 체험하기 힘든 것이고 그래서 상상력을 발휘했어요. 정답은 없는 거니까요. 감독도 저를 더 몰아붙이고 저도 제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시험했죠."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성숙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다 더 힘들고 나를 바닥까지 내려오게 하는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프로덕션 기간도 길었고 준석으로 살면서 계속 쫓기고 힘들고 괴로워하는 순간을 만들어야 했으니까요. 빨리 '사냥의 시간'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는데, 끝나고 나서 돌이켜보니까 그 시간이 저를 성장시킨 것 같아요."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 제공
공포에 떨던 준석이 변화하는 후반부와 마치 속편을 암시하는 결말 등에 대해서는 "상상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세상으로 가고자 하는 목표는 이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남지 않았잖아요. 이제 세상을 정면으로 맞서고자 하는 거죠. 무언가를 원할 때 현실적인 제약으로 회피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도 다시 원하는 것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은유인 것 같기도 하고요."
'파수꾼'으로 윤성현 감독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이제훈은 "차기작은 당연히 같이하는 거라고 생각했다"고 웃었습니다.
"처음 '사냥의 시간'을 만났을 때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뭐라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윤 감독의 '사냥의 시간' 속 세계관을 빨리 보고 싶고 빨리 함께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저를 참고해 준석을 만들었다고 하던데, 저 그렇게 거칠고 욕 잘하는 사람이 아닌데…(웃음) 가끔 그런 모습을 윤 감독에게 보여줬나 봐요. 준석이는 유토피아를 꿈꾸면서 지금의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잖아요. 저도 연기를 할 때 항상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하는데, 그런 모습이 윤 감독이 준석을 통해 보여준 제 다른 면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윤성현 감독의 영화에 출연할 것인지를 묻자 이제훈은 고민 없이 "그럴 것 같다"며 "연기가 아닌 음향, 조명 어떤 것이라도 좋다. 안 불러주면 섭섭하다"고 신뢰를 드러냈습니다.
영화가 극장 개봉 대신 우여곡절 끝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데 대해서 이제훈은 "190개 국가에서 동시에 볼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서도 고무적"이라며 "해외 반응이 많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반응을 얻은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다"고 웃었습니다.
"영화가 언젠가는 공개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어요.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신 분들이 궁금증이나 여운이 남는다면 여러 번 보고 생각을 정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이제훈 / 사진=넷플릭스 제공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