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퇴 기자회견 후 종적을 감춘 가운데 현재까지는 회견에서 발표한 기자회견문이 그의 심리를 유추할 수 있는 유일한 단서입니다.
전문가들은 부산시장 사퇴 기자회견을 어떻게 바라봤을까요.
범죄심리학자들은 기자회견문은 오 전 시장 혼자 작성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또 책임은 어쩔 수 없이 인정하지만 가장 최소화하려는 게 느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아주 석고대죄하는 느낌은 아니었고 사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회견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회견문 중 '해서는 안 되는 강제추행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란 표현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범죄자가 구체적인 죄명인 강제추행이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피해자 측 요구를 받아들여야 하므로 강제추행이란 단어를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법률적 조언을 거쳐 이런 표현이 나온 것 같고 회견문을 혼자 작성한 것은 아닌 게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사태 심각성을 모르기 때문에 '5분 사이에 벌어진 점'을 강조하며 뒤늦게 깨달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며 "사과이기보다 피해자 요구를 형식적으로 수용해 준비된 내용을 전달하는 회견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회견문을 보면 애당초에 몰랐던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것인데 그 정도로 성적인 문제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피해자가 한명이 아닐 개연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책임은 인정하되 그 책임을 가장 최소화하려는 의도가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5분 동안 짧은 순간을 강조한다든지 강제추행임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표현에서 (자신 행동을) 합리화하는 여지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오 시장이 눈물을 흘린 것도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분석이 강했습니다.
이웅혁 교수는 "사과할 때가 아닌 자신 정치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눈물을 흘린 것으로 보아 눈물은 피해자에 대한 미안함과 공감에 따른 눈물이 아니라 권력이 허물어지는 낙담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주로 권력층 성범죄는 내가 일정한 지위와 권력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문제가 불거져도 해결할 수 있다는 심리에서 나온다"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