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증가가 멈추지 않고 있는 일본에서 휴업 유도를 위해 영업 중인 파친코점 명단을 공개하자 손님이 더 몰리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오사카부는 지난 24일 긴급사태 선언에 따른 지자체의 휴업 요청을 거부하고 영업 중인 파친코 매장 6곳의 명단과 주소 등을 공개했다. 확진자 증가와 함께 날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문을 연 매장의 이름을 공개해 휴업을 압박한다는 목표였다. 명단 공개 직후 6곳 중 2곳에선 휴업에 나서겠다며 바짝 엎드렸으나 나머지 4개 매장은 25일 이후에도 영업을 지속했다.
문을 연 4곳 매장의 위치와 상호 등이 알려지면서 25일엔 평소보다 더 많은 고객들이 방문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6일 보도했다. 휴업을 유도하겠다는 목표와 정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이중 한 매장의 경우 개장 전부터 이미 300여명의 대기하는 상황이 연출됐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주차장에는 고베시 등 오사카 이외의 지역 번호판이 달린 차량도 적지 않았다. 인근 와카야마현에서 왔다는 한 부부는 "뉴스에서 이 파친코가 문을 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찾아왔다"고 밝혔다. 이 매장을 자주 방문한다는 60대 남성은 "매일 습관처럼 이곳에 오지만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파친코 인근 지역 주민들은 타 지역 사람들이 몰리며 코로나19가 더 확산되는 것 아닌가 불안해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현재 일본전역에 긴급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감염 확산 위험이 높은 곳들을 대상으로 휴업을 요청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사람이 다닥다닥 몰리는 파친코등은 확산위험이 높은 곳으로 분류된다. 다만 강제력이 없다보니 이번 사례처럼 곳곳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비판이 높다.
25일에도 도쿄 103명을 비롯해 일본 전역에서 368명의 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누적확진자와 사망자는 1만 3943명과 373명에 달한다. 느슨한 대응으로 비판을 자초했던 일본 정부에선 부랴부랴 검사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정책 전환에 따라 47개 광역지자체 중에서 12곳에서 PCR검사센터 설치에 나서기로 했으며 22곳은 검토 중이다.
검사확대에 나선다지만 이미 소극적 검사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도쿄신문은 일본 전역에서 경찰이 '변사' 처리한 사망자 중 최소 15명이 사후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전했다. 또 NHK는 이달 중 도쿄에서만 검사를 받지 못해 자택에 머물다 사망한 2명이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로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위해선 보건소의 승인이 필요하다보니 검사도 못받고 사망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일본내 감염 확산 염려가 날로 커지면서 5월 6일까지인 긴급사태를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부 내에서도 커지고 있다. 25일부터 오는 5월 6일까지 골든위크라 불리는 장기 연휴가 시작된 가운데 일본 정부에서 타 지역으로 이동은 최소화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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