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민주당, 잇단 성추문 악재에 '오거돈 사태' 조기진화 나서
입력 2020-04-23 16:00  | 수정 2020-04-30 16:05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 뒤 열흘도 지나지 않아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문 사건이라는 악재를 맞게 됐습니다.

민주당은 오늘(23일) 오 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며 전격 사퇴하자 곧바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제명처리 방침을 밝히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습니다.

특히 오 시장이 사퇴 시점을 총선 이후로 의도적으로 조율했고 민주당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총선 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으며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민주당은 2018년 3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여비서 성폭행 의혹으로 사퇴한 이후 2년 만에 또 성추문으로 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이 사퇴하게 됐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2시 10분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오 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 중 사퇴하게 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다음날 윤리심판원을 열어 오 시장을 당에서 제명한다는 방침입니다.

이에 앞서 오 시장은 오전 11시 기자회견에서 "저는 최근 한 여성 공무원을 5분간 면담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접촉이 있었다"며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부산시당으로부터 오 시장의 기자회견 계획을 보고받았으며 그전에는 해당 내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윤 사무총장의 설명입니다.

이날 일부 언론은 부산시가 이달 초부터 피해 여성과 사퇴 시점을 조율해왔다고 보도했습니다. 부산시가 총선을 코앞에 둔 민감한 상황에서 오 시장의 사퇴 절차를 총선 이후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고 피해 여성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입니다.

윤 사무총장은 '오 시장의 사퇴 시점 조율에 대해 당이 전혀 파악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파악 못 하고 있었다. 당과 상의해서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라며 민주당의 개입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당 핵심 관계자도 통화에서 "만약 총선 전 알았다면 어떻게 할지 고민했겠지만, 진짜로 몰랐기 때문에 고민조차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안희정 전 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총선 영입인재 원종건 씨 등 반복되는 성추문 사건에 곤혹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확산하던 2018년 3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는 비서 김지은 씨의 성폭행 의혹 폭로로 지사직을 사퇴한 뒤 지난해 9월 징역 3년 6개월을 확정받아 수감 중입니다.

민병두 의원도 같은 시기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가 당의 만류로 사퇴 의사를 철회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정봉주 전 의원은 대학생 성추문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민 의원과 정 전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총선 영입인재 2호 원종건 씨도 지난 2월 옛 여자친구의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당을 떠나야 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는 경기 안산 단원을에 출마한 김남국 후보가 여성 비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한 것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윤 사무총장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성 평등 감수성이나 성 인지 감수성 이런 부분에서 아직도 시대에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며 "공직자 자격 기준을 강화해왔음에도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부산 지역 현역인 김해영 의원은 통화에서 "당인으로서 시민들에게 굉장히 죄송하다.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고, 재발 방지 노력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으로선 '텔레그램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해결을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는 시점에 이런 사건이 터진 것이 더욱 난처한 지점입니다. 민주당은 이날 4·15 총선 후 첫 당정 협의를 열어 n번방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한 상황이었습니다.

당장 통합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성 인권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민주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과거 이런 사고는 주로 보수정당의 인사들이 쳤다. 그래서 '성나라당', '성누리당'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최근에는 주로 민주당 인사들이 성추행 사건을 일으킨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안희정, 정봉주, 민병두, 오거돈 등등. 정말로 대한민국의 주류가 바뀐 모양이다. 아무튼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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