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LG생활건강 화장품 영업익 10%↓…中 소비줄어든 탓
입력 2020-04-23 15:34  | 수정 2020-04-23 16:05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사진 제공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올해 1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한 반면 화장품부문 성장세는 큰 폭으로 꺾였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때와 달리 국내 면세점 채널뿐 아니라 중국 내 판매량이 감소한 탓으로 풀이된다.
23일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은 1조6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2215억원으로 10% 가량 줄었다. 2019년 1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각각 20.3%, 16.1% 증가했던 것을 감안하면 감소 폭이 크다.
다만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이 고성장을 달성하며 전사적으로는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전사 매출은 1조8964억원으로 1.2% 늘었고, 영업이익은 3337억원으로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영업이익은 각각 50.7%, 43.9% 급증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생활용품은 코로나19로 손 세정제와 핸드워시, 물티슈 등의 수요 증가에 즉각 대응해 다양한 제품을 출시한 게 주효했다"며 "음료 사업은 극장 이용과 외식 등이 줄었으나 배달 음식과 온라인 등의 채널에서 수요를 늘리며 고성장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올해 1분기 실적 그래프. [자료 제공 =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 실적이 뒷걸음친 건 11분기 만이다. 사드 여파로 방한 중국인이 급감함에 따라 2017년 2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 매출은 781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7% 줄어든 바 있다. 당시 영업이익은 1487억원으로 2.7% 감소했다.
사드 때 보다 화장품 사업 타격이 큰 이유는 중국 내 수요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중국 내 최대 판매처인 백화점 등은 영업을 중단했다. 국내 면세점 큰손인 중국 대리구매상(따이궁)의 발이 묶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17년 2분기 LG생활건강 중국 현지 럭셔리 브랜드 매출은 사드 사태에도 불구 75% 고성장을 이어간 바 있다. 반면 올해 1분기 럭셔리 라인인 '후'와 '숨'의 매출은 각각 8%, 31% 줄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해외 실적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오는 2분기 실적 전망은 밝다. 중국이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린아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3월부터 중국 내 소비가 활성화됨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럭셔리 기반 화장품 포트폴리오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LG생활건강이 지난 2월 인수한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유럽 더마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 효과도 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2분기부터 중국 시장에서 그동안 움츠려있던 소비가 폭발하는 이른바 '보복 소비'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화장품 업종부터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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