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0만명 일시해고 사태…디즈니 상속녀 "직원에게 피해 떠넘기는 경영진, 짜증나" 분노
입력 2020-04-23 14:25  | 수정 2020-04-25 16:07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사 월트 디즈니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전세계 대유행)을 이유로 직원 10만명을 일시 해고하기로 하자 디즈니 상속녀가 경영진을 향해 공개 분노를 표해 국제 사회 눈길을 끌고 있다. 경영진이 매출 부진을 이유로 평범한 직원들의 밥줄을 끊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1000만 달러가 넘는 인센티브와 보너스는 그대로 받기로 해 피해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애비게일 디즈니(60)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주 디즈니 사의 일시 해고 소식을 전하면서 "도대체 이게 다 뭐냐(WHAT THE ACTUAL F***?????)"라면서 "어려운 시기라는 이유로 경영진의 탐욕과 약탈을 받아들여야하는 건 아니다"고 꼬집었다. 경영진이 코로나판데믹 위기를 핑계로 자신들 책임은 회피하면서 인건비부터 줄이겠다고 나서는 이기적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지난 주 디즈니는 '코로나판데믹 탓에 놀이공원 등이 문을 닫게 됐다'면서 직원 10만 명에 대해 임금 지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JP모건에 따르면 이 조치를 통해 디즈니는 한달에 5억 달러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디즈니는 무급 휴가 형식으로 일시 해고된 직원들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실업수당을 신청하라고 하면서도 정작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임원 보너스는 그대로 유지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달 30일 디즈니 전·현직 CEO와 고위 임원들이 자신들의 연봉 기본급을 삭감하겠다고 했지만 허울 뿐이라는 비판이 따랐다. 당시 밥 아이거 전CEO는 4월부터 연봉을 전액 포기하기로 결정했고, 밥 차펙 현 CEO도 기본급 500만 달러의 절반(250만 달러)을 삭감하기로 했으며 모든 부사장급 임원도 임금의 20~40%를 감봉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차펙 CEO는 장기 인센티브(최소 1500만 달러)와 보너스(기본급의 300%)를 그대로 보장받는다.

이에 대해 에비디즈니는 "나는 특히 15억 달러나 되는 (임원들) 보너스를 보면 너무 화가 난다. 이건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월급 3개월치를 합친 거다"라면서 "임원들이 몇 년째 지독하게 많은 보너스를 받는 동안 놀이공원 현장 직원들은 시간당 15달러를 받으려고 싸웠다. 직원들이 한 주에 40시간찍 52주를 일해서 겨우 1년 동안 버는 돈이 3만1200달러다"고 지적했다. 이어 디즈니씨는 "연간 전체 소득을 보면 아이거 전 CEO는 현장 직원들 임금의 1500배를 받는다. 차펙 CEO도 300배를 받는다. 직원 중위 소득으로 따져보면 173배다"라면서 "직원들을 조금이라도 신경 쓴다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디즈니씨는 코로나판데믹이라는 불운을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회사는 더 잘해야 한다(THIS COMPANY MUST DO BETTER)"면서 "책임있는 경영진이라면 보너스에 성과를 반영해 자신들 보너스 수백만 달러를 오히려 깎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비게일 디즈니는 월트 디즈니의 형이자 디즈니 공동창업자인 로이 디즈니의 손녀다. 그는 부유층과 대기업이 자본주의 틀 내에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지난 해 6월, 헤지펀드계의 전설인 조지 소로스, 페이스북 공동설립자인 크리스 휴즈 등 미국 '슈퍼 리치' 18명과 함께 미국 민주·공화당 대선 후보들에게 "우리에게 세금을 걷어라(Tax Us)"라는 공동 서한을 보내 부자세를 과세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앞서 같은 해 4월에는 당시 아이거 CEO의 2018년 보수 총액(6560만 달러)이 디즈니 직원 연봉 중간값의 1424배에 이른다면서 "미쳤다(insane)"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디즈니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애비게일 디즈니는 회사 운영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그는 "나는 양심있는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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