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中에 등돌리는 지구촌` 인도 "기회주의 투자 금지"…트럼프 "중국에 화났다"
입력 2020-04-19 14:06  | 수정 2020-04-19 14:59

코로나19판데믹과 관련해 "중국에 화났다"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중국 자본을 겨냥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출처=백악관·모디 총리 트위터·블룸버그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판데믹(COVID-19 대유행) 사태를 두고 최근 세계 각 국이 빠르게 중국에 등 돌리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 프랑스 정상들이 '발원지 논란'을 두고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인도가 중국 자본을 겨냥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다. 중국이 코로나 원조 외교에 나섰지만 코로나판데믹을 계기로 통계 조작과 경제 주권 문제 등 중국과 관련한 전세계 불신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투자를 비롯한 경제 협력을 강조했다. 1년 후 중국발 코로나19판데믹이 닥친 가운데 인도는 중국을 겨냥해 외국인 투자 규제를 강화했다./출처=로이터통신·모디 총리 트위터
17일(현지시간) 인도 무역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는 동안 인도에 투자하려는 외국인은 반드시 인도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이 때의 외국인이라 우리나라와 국경을 공유하는 국가 소재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규제 강화 취지와 관련해 무역부 장관은 "이번 규제 강화는 우리 기업에 대한 기회주의적인 지분 매수 혹은 인수 합병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무역부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규제 강화는 중국 자본 유입을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인도 정부의 규제 강화로 규제 대상국이 인도와 육로 국경을 접하는 중국과 부탄,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네팔 등이 새로 포함됐지만 이들 국가 중 인도에 투자 관심을 보이고 실제 투자에 나선 나라는 사실상 중국 뿐라는 이유에서다. 그간 인도에서 외국인 투자는 원칙적으로 핵심 안보 분야가 아닌 이상 당사자간 거래가 이뤄지면 정부가 '자동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예외적으로 파키스탄이나 방글라데시 발 외국인 투자만 인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제한하고 있었다.
최근 중국은 인도에 대해 '인도-파키스탄 간 카슈미르 국경 분쟁'에 간섭하면서 동시에 인도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자동차 제조업 부문과 기술 부문 스타트업 분야가 대표적이다. 시장 분석업체 게이트웨이하우스의 올해 2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 간 중국은 인도 스타트업에 62억 달러(약 7조 5454억원)에 달하는 돈을 직접 투자 방식으로 투자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 텐센트와 중국 최대 온라인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이 최근 몇 년새 인도 스타트업 분야 최대 투자자로 부상했다.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개발한 중국 바이트댄스는 인도에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중국의 그레이트월모터와 MG모터 등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인도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인도의 외국인 자본 투자 규제 강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중국에 화났다"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판데믹과 관련해 "중국의 (코로나 관련)조사를 지켜보자. 하지만 우리도 동시에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이 사태가 중국의 실수라면 실수이겠지만 만약에 그들이 알고도 이런 사태를 일으킨 것이라면 반드시 책임이 따라야할 것"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브리핑 중 한 기자가 대통령에 '중국에 화가 난거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도 대답은 완전히 '그렇다'일 것(Well, the answer might very well be a very resounding yes)"이라고 답했다. 이어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계는 그들이 이것을 하기 전까지는 좋았다(Our relationship with China was good until they did this)"면서 "미·중 관계는 중국이 관리 실수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아니면 고의적으로 그런 것인지에 달려있다. 고의인지 아닌지는 엄청난 차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이를 멈추게 할 수 있었지만 결국 전 세계가 고통을 겪게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지난 주에 세계보건기구(WHO)에 대한 미국 기여금 지급을 일시 중단한다면서 'WHO가 중국 편만 들어 판데믹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중국을 간접 겨냥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직접 비난으로 수위를 높였다.
앞서 17일(현지시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때문에 전세계가 코로나19에 희생됐다"면서 "미국이 중국 우한 실험실에 직접 출입해 조사해야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중국을 비판했다./출처=폭스 뉴스 인터뷰 영상 캡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앞서 17일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이 폭스 뉴스에서 중국에 코로나19판데믹 발원지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투명하지 않다. 이 때문에 전세계가 코로나19에 희생됐다"면서 "중국 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WIV) 인근 시장에서 속출했다. 미국이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중국 우한 실험실에 직접 출입할 수 있었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내 공화당 일부 의원들은 코로나19가 중국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된 것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 미국인이 중국을 상태로 고소·고발할 수 있는 근거 법안을 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중국은 지난 달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인민 승리'를 선언했다. 이를 전후해 발원지 흔적 지우기와 더불어 시 주석의 '일대일로'(중국 중심 경제협력벨트) 관심 국가인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을 비롯해 중남미·아프리카에 코로나 원조 외교를 하며 이미지 변신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왼쪽)은 지난해 3월 프랑스 파리를 국빈 방문해 에어버스 항공기 300대 구매 약속을 하는 등 지난해 프랑스에 550억 달러(당시 약 63조 8000억원)의 돈 다발 외교를 했지만, 올해 코로나19판데믹이 불거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중국을 믿을 수 없으며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
그럼에도 미국 뿐 아니라 한때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엿보던 프랑스와 영국 정치 지도자들이 최근 중국에 등 돌리는 공개 발언을 하면서 국제사회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1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이내셜타임스(FT)인터뷰에서 "중국이 코로나19대처를 잘했다고 보는 것은 뭘 모르는 아주 순진한(so naive) 관점"이라면서 중국을 직접 언급해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중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는 투명하게 알 수 없다"면서 중국 체제에 대한 불신을 시사하기도 했다. 대통령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지만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진실이 억압된다"면서 "지금 유럽연합(EU)는 중국에 의료장비와 약품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시민들은 경제적 주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는 도미니크 라브 외무부 장관이 "중국과 예전같은 비즈니스 관계로 돌아갈 수 없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장관은 "중국이 코로나19 조기 대응에 성공했다는 것 대해 심층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불신감을 드러냈다. 영국 다수당인 보수당 소속 톰 투겐트하트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우리는 무역만 우선 순위로 삼고 중국과 관계를 강화한 대가를 지금 치르게 됐다"면서 "중국 때문에 전세계인의 건강이 위험에 빠졌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중국이 이미지 변신 차원에서 방역용 마스크와 진단 키트 지원 등 '코로나 외교'에 나서기는 했지만 공산당 지도부의 국정운영 체제를 대외적으로 선전하며 왜곡된 주장을 퍼트리자 그간 중국 통계에 대한 불신과 중국 측 태도에 대한 반발감이 더 커진 탓이다.
시진핑 주석이 '인민과 바이러스 간 전쟁 승리'를 선언한 지난 달 10일 이후 자오리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코로나19바이러스는 미국이 흘린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주장하면서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사무총장은 중국 옹호 발언을 하다가 전세계 불만을 샀다./출처=자오리젠 대변인 트위터·신...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중국발 코로나19판데믹을 계기로 미국의 '5G(차세대 네트워크) 화웨이 보이콧'이 다시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은 17일 "코로나19로 각국은 중국 정부의 투명성과 화웨이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덩달아 부각된 탓이다.
사이버 보안과 관련해 세계 각국은 잇따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사용 '금지령'을 내리고 있다. 줌은 코로나19판데믹 속에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인기를 끌었지만, 회의 참여자나 기업이 중국에 있지 않았음에도 줌의 화상회의 데이터가 중국 베이징 서버를 경유했다는 지적이 최근에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국가정보법'이나 '반간첩법', '반테러법' 등을 통해 정부가 민간 기업의 동의를 받지않아도 데이터를 넘겨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 화웨이 사이버 보안 논란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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