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집중취재]'갈팡질팡' 증권사 보고서…신뢰상실 이유 있었네
입력 2009-02-25 05:13  | 수정 2009-02-25 08:23
【 앵커멘트 】
주식 투자자라면 증권사에서 만드는 기업분석 보고서를 많이 참고하게 됩니다.
그런데 보고서의 내용이 한 달도 안 돼 뒤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래서야 어디 증권사 믿고 투자하겠습니까?
이권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KB투자증권이 지난 1월 6일에 만든 기업 보고서입니다.

4분기 실적은 사상 최대 규모지만, 신규 투자가 지연된다며 투자 보류 결론을 내렸습니다.

2주일 뒤, 신규 투자가 지연되더라도 4분기 엔고 현상으로 이익 폭이 예상을 넘을 것 같다며 '매수'로 투자 등급을 바꿨습니다.

이 회사는 제품을 납품한 뒤 대금을 엔화로 받기 때문에 엔고 수혜는 예상돼왔습니다.


그러나 담당 애널리스트는 원자재를 일본에서 수입하다 보니 당초 엔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던 것입니다.

▶ 인터뷰(☎) : 담당 애널리스트
- "(엔고로) 원가가 올라가는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된 거냐, 올라가지 않느냐(를 물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IR을 진행하면서 원재료비를 낮췄다고…. 이런 부분들은 실시간으로 IR(담당자가) 보고해주는 거 아니잖아요."

일본 업체와의 협상을 통해 수입 단가를 낮췄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것입니다.

메리츠투자증권의 또 다른 보고서는 한 기업에 대해 올해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며 투자에 나설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불과 사흘 뒤, 실적은 최대 규모지만, 순이익은 감소할 것이라며 갑자기 투자 보류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 인터뷰(☎) : 담당 애널리스트
- "투자의견을 '홀드'로 낮출 것인지 고민하던 타이밍이었는데 실적 발표 전까지는 실적이 잘 나올 것 같은데 그때 '홀드'를 말하기는 그렇잖아요. (그런데) 09년 전망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타이어 업체에 대한 한국투자증권의 보고서도 타이어 사업이 경기방어적 성격이라며 추천했다가 6일 뒤 실적이 나쁘다며 투자 의견을 뒤집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1월부터 2월 사이에 투자의견을 바꾼 보고서는 60개가 넘었습니다.

특히 증시 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올 들어서는 지난해에 비해 엉터리 보고서가 두 배 가량 급증했습니다.

이처럼 보고서 내용이 수시로 바뀌다 보면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보고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노희진 /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
- "리서치 애널리스트들이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리서치 애널리스트에 대한 훈련, 교육, 그리고 질적 향상을 위한 많은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스탠딩 : 이권열 / 기자
- "증권사들은 흔히 보고서가 투자의 나침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지만, 과연 보고서를 믿고 투자해도 될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mbn뉴스 이권열입니다."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