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과천보다 비싼 고양 분양가"…고무줄잣대 심사 논란
입력 2020-04-13 08:11  | 수정 2020-04-20 09:05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아파트 청약 열기가 식지 않는 가운데 분양가에 대한 고무줄잣대 심사 논란이 다시 점화하고 있습니다.

오늘(1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분양하는 경기 고양 덕은지구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의 3.3㎡당 분양가는 각각 2천583만 원, 2천630만 원에 최근 고양시청으로부터 분양가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7월과 11월 덕은지구에서 3.3㎡당 평균 1천800만 원대에 공급된 덕은대방노블랜드(A5블록)와 덕은중흥S클래스(A2블록)의 분양가보다 월등히 높은 금액입니다.

심지어 민간택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로 이달 분양 예정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호반써밋목동의 3.3㎡당 분양가(2천488만 원)보다도 비쌉니다.


공공택지에 지어지는 아파트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됩니다. 분양가심사위원회는 공사비·택지비 등을 고려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분양가를 심의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위원회의 심사 결과에 따라 분양 승인 여부를 결정합니다.

분양가상한제의 취지는 건축비와 택지비를 합산한 것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해 서민들에게 값싼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함입니다.

공공택지인 경기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S9 블록에 지어지는 과천제이드자이도 시세의 절반 수준인 3.3㎡당 2천240만 원(발코니 확장 비용 포함)에 분양됐습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와 무관하다"며 "이번 일이 논란이 된 이유는 DMC리버파크자이와 DMC리포레자이의 사업 시행사인 화이트코리아가 토지를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택지개발지구나 공공주택사업지구에서는 추첨제로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지만, 고양 덕은지구와 같은 도시개발사업지구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합니다.

LH 관계자는 "시행사가 해당 블록의 입찰 당시에 낙찰을 받으려고 가격을 높게 써낸 것이 고분양가로 이어진 셈"이라며 "이로 인해 같은 지구라도 블록에 따라 분양가 차이가 나는 일이 빚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입지가 좋아 아파트값이 분양가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맹신에 기인해 시행사가 '배짱 분양'을 한 것"이라며 "시행사는 일정 이윤을 남기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꼴"이라고 말했습니다.

덕은지구는 행정구역상 경기도 고양시에 속하나 서울 마포구 상암지구와 인접하고, 가양대교만 건너면 강서구 마곡지구가 위치해 청약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큰 곳입니다.


각종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상한제가 적용되는 같은 지역에서도 차이가 나는 분양가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지자체별로 상이한 분양가 심사 기준도 논란거리입니다.

과천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지난해 7월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태영·금호)이 과천지식정보타운 S6 블록에 짓는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의 3.3㎡당 분양가를 2천205만 원으로 결정했습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출한 분양가는 3.3㎡당 2천600만 원으로, 과천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여기서 고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형 건축비를 5% 삭감했습니다. 대우건설 측은 해당 분양가로는 적자 시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보증서 발급을 위해 적용하는 분양가 심사 기준도 고무줄 적용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HUG는 지난 7일 서울 동작구 흑석3주택재개발정비사업(흑석3구역·흑석리버파크자이) 조합에 일반분양 물량에 대한 분양보증서를 발급했습니다.


분양가는 3.3㎡당 2천813만 원으로, 지난해 8월 분양한 사당3구역 이수프르지오더프레티움과 같은 금액입니다.

HUG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유예받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등 일부 정비사업 단지에 기존 고분양가 심사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지난 2월 이런 문제를 개선한 새 내부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그러나 애초 3.3㎡당 3천200만 원선의 분양가를 고수하던 흑석3구역은 끝내 새 기준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HUG 관계자는 "새 내부 기준을 적용했지만, 사업장에 따라 분양가가 올라갈 수도, 그대로일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분양가를 결정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고무줄 잣대에 시장 질서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상한제는 매입해서 사업하는 경우 매입 비용을 인정해주지만, 재개발·재건축 등의 정비사업은 공시지가로 택지비를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며 "상한제의 모순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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