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코로나 퇴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일차적으로 5월까지 확진자들의 과거 동선을 체크하는 앱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그 이후에는 각자의 운영체제(iOS, 안드로이드) 내에서 이 기능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두 공룡들이 공동으로 앱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0일(현지시간) 애플과 구글은 각자의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근거리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에 미국 보건당국은 접촉기록을 추적할 수 있는 기술이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보고 있다"며 "(이런 여러 노력들에 더해서) 애플과 구글은 확진자 동선 추적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응용프로그램(API)을 비롯, 운영체제 레벨의 포괄적 솔루션을 (공동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는 이를 위해 사생활보호를 위한 동의기능을 삽입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동의하지 않는 사용자는 동선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동선추적에 대한 동의를 하자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될 가능성은 있다.
애플과 구글의 로고가 나란히 있는 것을 보기란 힘든 일이다
양사의 설명에 따르면 5월부터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이들은 코로나 감염자와의 접촉기록을 추적하는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 앱을 다운받은 사람들은 서로 만나게 되면 블루투스를 통해 자동으로 암호화된 키를 교환하게 된다. 예를 들어 '앨리스'와 '로버트'(밥)라는 두 사람이 공원 벤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경우 서로 의식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스마트폰이 서로가 만났다는 사실을 기록한다는 것이다. 이후 '로버트'가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고 보건당국이 만든 앱에 자신의 확진사실을 올리게 되면, '앨리스'를 포함해 지난 14일 동안 만난 사람들의 정보가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라가게 된다. 이를 통해 확진자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게 되고, 이들에 대한 코로나 테스트를 통해 '무증상 감염환자'를 파악해 나간다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은 빠른 시일 내에 앱을 다운로드 받지 않은 사람들도 운영체제 상에서 이런 기능이 실행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이 자가격리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 또한 '무증상 감염환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인데, 이 방법을 사용해 완벽하게 감염환자가 추적될 수 있다면 다시 예전처럼 상점들이 문을 열 수 있다는 기대들이 나온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인 프리실라 찬 부부가 설립한 '찬-저커버그 재단'의 루시 리 데이터사이언티스트는 최근 스탠퍼드대학교 인간중심인공지능센터(HAI)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미국에서 감염환자가 100명 있다면, 그 중 95명은 확진 판정을 받지 못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팀쿡 애플 CEO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접촉추적 시스템은 사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늦출 수 있다"며 "우리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및 구글과 함께 블루투스 기술을 활용하면서 투명성과 개인동의 절차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보건당국을 돕기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도 트위터를 통해 "팀쿡과 나는 이런 노력을 위해 함께 일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팀쿡 애플 CEO 트위터 캡쳐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트위터 캡쳐
이런 방식의 감염자 추적이 어떤 사회적 결과를 낳을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발표 이후 기자회견에서 애플과 구글의 솔루션에 대해 "흥미롭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개인의 자유 측면에서 걱정을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즈는 이런 방식이 한국과 같은 나라에서 이미 효과적으로 실행되고 있지만 "사생활 보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UCSF의 마이크 리드 교수의 말도 인용해서 보도했다. 또한 처음에는 자발적으로 앱을 깔아서 개인들의 동의 하에 시작되겠지만, 점차 사회적으로 이 기능을 실행하지 않으면 의심어린 눈초리를 받게 되는 '사회적 강압'이 작동할 수도 있다.
한편 애플과 구글이 이처럼 협력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양사는 지난해 연말께 각자의 스마트홈 제품끼리 호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협력을 발표하긴 했지만 OS 차원에서 이처럼 협력을 발표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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