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OPEC+ 원유 감산 합의 무산 위기…멕시코가 '복병'
입력 2020-04-12 10:06  | 수정 2020-04-19 11:05

타결이 가까워 보였던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합의가 멕시코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 지연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11일) 블룸버그통신은 감산 협상이 사흘째 계속됐다며, 이날 논의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멕시코의 양자 협상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날 일부 진전이 있긴 했으나, 사우디가 멕시코에 더 많은 감산을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타결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앞서 OPEC+(석유수출국기구인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는 지난 9일 화상회의를 열고 5∼6월 하루 1천만 배럴의 감산에 잠정 합의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한 원유 수요를 반영한 것입니다.

이전 협상에서 대립했던 사우디와 러시아도 합의점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멕시코가 느닷없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일 40만 배럴의 감산을 요구받은 멕시코는 1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은 힘들다며 동참을 거부했고 화상회의에서 퇴장했습니다.

다른 22개국의 동참에도 멕시코의 거부로 최종 합의가 결렬되자 미국이 개입하고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멕시코의 감산을 도와주겠다"며 멕시코가 요구받은 감산 할당량을 대신 떠안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멕시코는 원하는 대로 10만 배럴만 감산하고, 미국이 멕시코 대신 25만 배럴을 추가 감산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멕시코의 합의에 따라 OPEC+ 협상 타결이 임박해 보였으나, 10일 주요 20개국(G20)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재개된 협상에서도 끝내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멕시코 변수 외에 다른 쟁점이 있긴 했지만, 주로 사우디와 멕시코가 충돌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습니다. 일부 다른 국가들은 그냥 넘어가길 원했으나, 사우디는 멕시코가 스스로 더 감산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멕시코가 자국의 감산엔 단호한 것에는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역시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멕시코 국영석유회사 페멕스(PEMEX)는 이미 생산시설 노후화 등으로 줄곧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빚더미에 올라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2018년 12월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페멕스 회생'을 역점 과제 중 하나로 삼고, 현재 일 170만 배럴가량인 생산량을 2024년까지 250만 배럴로 늘리겠다고 약속했습니다. 40만 배럴 감산은 이 같은 목적 달성을 어렵게 만듭니다.

SMBC 닛코증권의 로저 혼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페멕스 회생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자식"이라고 표현하며, 감산은 대통령에게 상징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너지 컨설턴트 데이비드 쉴즈도 BBC 스페인어판에 "대통령에게 석유는 정치적인 주제이고,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정책"이라며 "그는 생산량만 염두에 두고 유가는 보지 않는다. 석유시장 공통의 위기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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