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잠행하던 임종석·유승민, 총선 계기로 다시 전면에
입력 2020-04-08 15:59 

공식 직함은 없다. 하지만 이번 4·15총선 유세활동만 보면 사실상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라 불러도 어색하지 않은 잠룡들이 있다.
4·15 총선이 다가오면서 그간의 잠행에서 벗어나 광폭 행보에 나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 얘기다. 여야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는 두 사람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나란히 최전선으로 나왔다. 전국 각지를 누비면서 적극적으로 자당 후보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임종석 전 실장은 8일 충남 지역을 찾아 청와대 출신 총선 후보자들을 지원사격했다. 아산갑 복기왕 후보(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공주·부여·청양 박수현 후보(전 청와대 대변인), 서산·태안 조한기 후보(전 청와대 의전비서관)등의 지원 유세를 벌이며 한 표를 호소했다. 앞서 임 전 실장은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일 서울 광진을 고민정 후보(전 청와대 대변인)의 지원 유세를 통해 전면으로 복귀했다. 종로 출마 계획이 어그러진 지난해 11월 제도권 정치 은퇴를 선언한 지 137일 만이다. 지난 3일 성남 중원의 윤영찬 후보, 4일 용인정 이탄희 후보, 5일 고양병 홍정민 후보 등 경기·수도권 후보를 집중 지원했고, 6일에는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 광주를 방문해 세 몰이에 나섰다. 선거 직전 당에서 호남 공동선대위원장직까지 고사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유승민 의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구를 찾아 후보자 지원에 나섰다. 전날 대전 지역 유세에 나섰던 그는 영등포갑 문병호 후보, 경기 화성갑 최영근 후보, 광명을 김용태 후보를 찾아 지원 유세를 펼쳤다. 지난달 26일 천안함 폭침 10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하면서 오랜 잠행을 끝낸 유 의원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성동갑 진수희 후보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총선판에 참전했다. 그는 지난 2월 9일 새로운보수당과 자유한국당의 미래통합당 신설 합당을 선언하면서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두문불출해왔다. 유 의원은 서울 강서갑(구상찬 후보)과 강서병(김철근 후보), 마포을(김성동 후보), 경기 분당갑(김은혜 후보) 등 수도권 험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특히 가는 곳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민생정책, 코로나19 대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포석을 깔아두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 전 실장은 지난해 1월 자리에서 물러난 이후 이렇다 할 정치적 활동·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 총선 역시 '정치1번지' 종로 출마를 노리다가 현역 정세균 의원과의 '교통정리'에 실패하면서 아예 총선 불출마로 선회하게 됐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의 명운을 걸고 싸우는 총선 국면에서 계속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전체 승패를 떠나 21대 국회 출범 이후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며 "대권 도전 등 차기 행보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의원 역시 마찬가지다.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미래통합당으로 소속이 바뀌는 동안 '개혁 보수'라는 세간의 기대에 맞는 생산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총선판에서 어떤 형태로든 경쟁력을 입증하고 자신의 위상을 다져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유 의원이 수도권 중도층 표심을 집중 공략하면서 보수 성향이 더 강한 황교안 대표와 거리를 벌리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총선 이후 유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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