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로 전세계가 고통받는 가운데 정작 중국은 코로나 외교와 의료용품 수출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대응 탓에 외부 상황에 신경쓰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 유럽·아프리카·중남미를 상대로 '어려운 시기 함께하는 우정'을 강조하는 코로나 외교에 나선 상태다.
이같은 중국의 태세 변환에 국제 사회 분노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 편만 들어온 세계보건기구(WHO)를 겨냥해 "잘못된 대응으로 전세계 피해를 키웠다"고 비난했고, 총리마저 병원에 입원한 영국에서는 "중국 데이터를 신뢰하는 사람이 있느냐"면서 중국 측 코로나 관련 정보를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7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 편만 드는 WHO에 더이상 회비를 내고 싶지 않다는 불만을 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처=트위터]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미국은 중국 편만 드는 WHO에 더이상 기여금을 내고 싶지 않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했다. 이날 대통령은 트위터에 코로나19판데믹(전세계 대유행)과 관련해 "WHO가 정말 망쳐버렸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WHO 예산은 주로 미국이 지원한다. 그런데 WHO는 매우 중국 중심적"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다행히도 나는 우리 국경을 중국에 개방하는 문제와 관련해 그들(WHO 등)의 조언을 듣지 않았다"며 "그들은 왜 우리에게 그런 잘못된 권고를 했을까"라고 반문했다.트럼프 대통령의 WHO 비난 트윗은 앞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미국 등) 각 국 정부가 우한 체류 자국 시민을 자국으로 송환하는 것은 과민 반응이니 자제하길 바란다"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지던 지난 1월 28일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을 만난 후 "시 주석의 과감한 조치를 높이 평가한다"고 했고, 미국에 코로나19가 본격 확산되기 직전인 지난 달 초에는 "아직 판데믹 상황까진 아니다. 중국은 전세계 공동체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식을 안이하고 중국의 편을 드는 발언을 해 국제 사회의 분노를 샀바 있다. WHO의 베이징 파견팀은 "중국이 코로나19를 빠르게 막았다. 전세계가 중국에 감사해야 한다"는 공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앞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사설을 통해 "WHO 회원국 기여금은 미국이 22%를 내고 중국은 12%만 낸다. 미국 측 인사들은 일반적으로 소속 국제기구를 위해 일하지만 중국 측이 후원한 인사들은 대놓고 중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WHO 총장을 비판한 바 있다. WSJ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WHO는 중국 보건기구'라고 한 점이나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중국과의 연계를 약화해야 한다고 한 것은 모두 일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중국은 WSJ가 중국 비판 사설을 썼다는 이유로 베이징 주재 WSJ기자들을 추방키로 한 바 있다.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은 코로나19 늑장 대응에 대한 국내 비판을 외부로 돌리는 정치적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사우스햄튼 대학은 중국이 3주만 더 빨리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면 전세계 피해가 95% 줄어들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코로나19 데이터 출처=존스홉킨스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코로나19 늑장 대응 탓에 미국 내 피해가 막심하다는 국내 비판을 외부로 돌리는 정치적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총 39만8185명으로 발원지 중국(총 8만2718명)의 5배에 이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중국이 잘하고 있다"며 수수방관했고, 막상 미국에 확진자가 등장하던 이달 초까지만 해도 "독감과 다를 바 없다"는 반응을 보여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트럼프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서도 최근 WHO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난 목소리를 높여왔다. 마사 맥샐리 연방 상원의원은 지난 주 "WHO는 중국을 감싸고 도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면서 거브러여수스 WHO총장 사퇴를 요구했다. 릭 스콧 연방 상원의원도 상원에 WHO의 코로나19 대처에 관한 조사를 요구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WHO비난을 단순히 정치적인 발언으로 볼 수만은 없다. 미국 사우스햄튼 대학은 중국이 3주만 더 빨리 코로나19 대응에 나섰다면 전세계 피해가 95% 줄어들 수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중국은 12월 코로나19 발병을 WHO에 공식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우한에서 11월께 발병 보고가 있었다.
중국이 통계를 왜곡하고 언론을 압박해 시 주석을 위시한 공산당 지도부를 치켜세우고 있다는 비판은 그간 꾸준히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7일 영국 공영방송 BBC는 중국 당국의 코로나19정보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했다.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은 BBC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보고 중 일부는 바이러스의 규모와 성격, 전염성 측면에서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BBC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치뤘다는 중국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면서 "데이터가 정확하든지 아니든지, 이런 세계적 사태를 만들어낸 중국은 지금 자신들이 그 사태를 끝낼 수 있는 나라처럼 보이기를 원한다"고 비판했다. BBC는 중국 경제 데이터마저 믿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공산당 일당 지배 체재인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실제 성과를 정확히 반영하는 게 아니라 목표치를 제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한 사람들이 하나 둘 사라지거나 `가짜뉴스 유포자`로 몰려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왼쪽부터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 의사 리원량, 시민기자 천추스씨. [사진 출처 = 봉황망·트위터]
코로나19도 예외는 아니다. 공산단 지도부가 중국발 코로나 '흔적 지우기' 작업에 들어가면서 정부를 비판한 주요 인사들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사건도 일어났다. 시 주석을 '광대'에 빗대어 공산당 지도부의 안이한 코로나 대처를 비판한 런즈창 전 화위안그룹 회장 겸 중국 인민정치협의회 베이징 시 위원은 행방불명됐다. 앞서 우한에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초기에 경고한 의사 리원량은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고 결국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우한 현장을 찾아가 코로나19 확산과 이에 대한 정부 대응 실태를 고발해온 변호사 출신 시민 기자 천추스씨는 당국에 의해 알 수 없는 곳에 강제격리된 후 소식을 알 수 없게 됐다.2017년 당선 당시 `하나의 중국` 을 선언한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이 코로나19 진원지`라고 언급하는 등 중국 편향 태도를 보여왔다. 지난 달 12일 자오리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온 것은 미군일 수도 있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출처 = 트위터·신화망]
중국은 '발원지 논란'을 통해 코로나19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또 마스크와 호흡기 , 진단키트 등 의료 물품을 관심 국가에 지원하는 식으로 '코로나 원조 외교'를 하는 한편 최근 들어서는 의료 물품도 판매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달 10일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을 방문해 '바이러스와의 인민전쟁 승리'를 선언한 후 더 극명히 드러난다. 지난 달 13일 자오리젠 중국 외무부 대변인은 아무런 근거 없이 "미군이 우한에 코로나19를 가져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고 이때문에 미국 국무부가 즉시 미국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 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브리핑에서 공식 반박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었다.중국은 일대일로 계약을 체결한 이탈리아 외에 관심 국가인 스페인과 프랑스, 멕시코 등을 상대로 코로나 외교에 나섰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스페인 발렌시아·멕시코·프랑스에 도착한 중국 의료용품들. [사진 출처=트위터]
최근 중국은 공식 외교 루트 외에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과 적십자회(홍십자회) 등을 앞세워 WHO 사무총장의 고향인 에티오피아 등 '일대일로'(시진핑 주석의 증국 중심 경제협력벨트) 관련국에 대해 '코로나 원조'에 나섰다.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이탈리아 외에 관심 국가인 스페인과 프랑스, 멕시코와 브라질 등을 상대로 의료물품도 수출 중이다.[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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