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브라질 쿠데타?" 막말 대통령 `남미의 트럼프` 보우소나루 축출설…상파울루 주지사 "그는 자격없어"
입력 2020-04-06 15:55  | 수정 2020-04-06 16:17
`리우 카니발`로 유명한 브라질 관광지 리우데자네이루 주 소재 거대 빈민촌 `파벨라` 풍경. 의료 소외지인 파벨라에서는 코로나19가 시한폭탄으로 여겨지지만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는 망언을 해왔다. [사진 출처 = 파벨라 배경 영화 `언덕의 그림자 안`(In the Shadow of the Hi...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지구 반대편까지 휩쓸고 있는 가운데, '남미 대국' 브라질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축출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정부 공식 발표가 나오지 않고 있지만 현지에서는 육군 참모 총장이 사실상 대통령으로 추대됐다는 소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경제 중심' 상파울루 주에서는 주지사가 "현 대통령은 나라를 이끌 자격이 없다"고 공개 비난하면서 세계은행(WB)에 코로나19 긴급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코로나19가 중남미를 덮친 가운데 `남미 대국` 브라질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축출됐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오는 등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시계방향으로 맨 위 부터 브라질 군사매체 데펜사넷, 이탈리아 일간지 레푸블리카, 브라질247, 스페인 일간지 라방가르디아 관련 보도.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일간 라방가르디아는 월터 브라가 네투 브라질 육군 참모 총장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대신 연방정부를 총괄하게 된다고 브라질 군사전문매체 데펜사넷을 인용해 이날 전했다. 이는 연방정부 각 부처 장관과, 군 고위 관계자, 대통령 간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 대통령이 합의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실상 대통령`을 맡는다는 소식이 나온 월터 브라가 네투 육군 참모 총장(왼쪽)과 공군 출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사진 출처 = 트위터·브라질24]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헌법상 대통령 직위를 유지하고 대외 관계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1일 데펜사넷과 2일 진보 성향 매체 브라질 247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더 이상 실질적 통지차가 아니며 네투 장군이 사실상 국정 운영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투 총장의 새 직함은 '플라나우토 수석'이다. 플라나우토는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대통령궁을 부르는 말이다.
3일 아르헨티나 언론 엘데스타페의 호라시오 베르비트스키 기자도 "브라질 고위 장군이 아르헨티나 장군과 통화하면서 브라질은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지 않으며 네투 총장이 '운영 대통령'이 된다고 말했다"면서 "다만 이는 지인인 두 장군이 전화하면서 주고받은 비공식 대화"라고 전했다. 4일 이탈리아 레푸블리카 신문도 "브라질 주요 언론 보도가 나오지 않고 있으나 현지에서는 쿠데타가 일고 있다는 소문이 떠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에서 대통령 축출설이 돌고 있는 가운데 5일(현지시간)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대통령 관저 `팔라시오 두 알보라다(Palacio do Alvorada)를 언급하며 기도 의식을 치르는 영상물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사진 출처 = 트위터]
최근 브라질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두고 대통령과 의회·지역 정부 간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대통령 사임 촉구 움직임이 나왔었다. 야권 일각에서는 탄핵까지 주장했지만 대통령은 직위를 유지하겠다고 강력 주장해왔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해 1일 취임 직후부터 '재선'을 대놓고 언급할 정도로 직위에 대한 애착을 보인 바 있다.
현재로서는 군사 쿠데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일단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3일 저녁 관저를 나와 대중 목욕탕에서 목욕을 즐긴 후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지지자들을 만나 웃고 있는 모습이 블룸버그 통신 카메라에 포착됐다. 대통령은 공군 출신으로서 군부 독재를 옹호해왔다.
지난 달 브라질 상파울루·리우데자네이루 주택가에서 시민들이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냄비 시위`(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남미 특유 시위방식)를 벌이는 모습. [사진 출처 = BBC영상 캡처]
그간 브라질에서는 시민들과 정치인들이 합심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비난하는 등 여론이 빠르게 악화됐다. '극우 포퓰리스트'로 통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엄중한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막말과 기행을 일삼은 탓이다. 대통령은 코로나19 희생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미안하지만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말해 논란을 샀다. 또 보건부 경고를 무시하고 공개적으로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관저 밖으로 나가 지지자들을 만난 영상 등을 올렸다가 트위터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이 "공공보건 정보에 위배되는 게시물로서 대중에게 큰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대통령 게시물을 줄줄이 삭제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대통령 퇴진을 외치며 '냄비 시위'(냄비와 프라이팬을 두드리는 남미 특유 시위방식)를 벌여왔다. 다만 현지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지난 1∼3일 시민 1511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한 결과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응답자의 39%가 부정적(긍정은 33%)이라고 답했지만 사임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9%가 반대했다. 시민들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통령마저 사임해 국정 혼란이 커지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분위기라는 분석이다. 브라질은 1960년대 쿠데타와 군부 독재를 경험했기 때문에 정치 혼란과 군부 집권에 대한 반감도 크다.
5일(현지시간)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가 각 국 보건부 발표와 추가 소식을 종합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내 코로나19확진자는 총 1만1281명이며, 사망자는 총 481명이다. 브라질에선 `경제 중심지` 상파울루 주를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 경제 중심' 상파울루에서는 주앙 도리아 주지사가 "보우소나루는 국가 운영 자격이 없다"면서 "전 세계가 대규모 격리와 이동 제한을 실시 중인데 보우소나루만 다른 길로 새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상파울루는 코로나19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국 확진자의 40%이상이 이 지역에서 보고됐다. 상파울루 주는 현재 5000명에 달하는 확진자 수가 수십만 명에 달할 수 있다고 보고 WB에 1억 달러(약 1230억 원) 긴급 지원을 요청할 것이라고 5일 밝혔다. 주는 애초에 12억 헤알(약 2800억 여원)규모 코로나 긴급 재정을 편성하고 파카엠부 축구 경기장과 아넴비 컨벤션센터에 2000 병상 규모 응급 의료 시설을 만들고 있지만 의료 비용과 물품 등 여러 면에서 대응 여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가장 인구·경제 규모가 크지만 공공 의료 시스템이 빈약하다. 보건부는 `파벨라`가 있는 3대 대도시와 아마존 최대 열대우림지대인 아마조나스 주가 코로나19 통제 불능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 출처 = 파벨라 배경 영화 `언덕의 그림자 안`(In the Shadow of the Hill, 2016)]
브라질은 중남미에서 가장 인구·경제 규모가 크지만 공공 의료 시스템이 빈약하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크다. '파벨라'에서는 특히 코로나19가 시한폭탄이다. 파벨라는 브라질리아와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3대 대도시에 자리한 거대 빈민촌이다. 아마존 우림지역도 불안감이 감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지난 해 취임 후 외딴 지역에서 일하는 쿠바 의사들을 대거 추방했고 이 때문에 의료 공백이 이어지는 상태다.
이 때문에 특히 파벨라 빈민층과 아마존 일대 원주민 등이 코로나19에 가장 많이 희생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부도 3대 대도시와 아마존 최대 열대우림지대인 아마조나스 주가 코로나19 통제 불능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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