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보수정당 여성의원들 보증수표는 `벼슬 경(卿)`?
입력 2020-04-04 08:34 
(왼쪽부터) 나경원 의원, 전희경 의원, 송희경 의원

미래통합당 주요 여성 현역의원들에게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이름에 '경'자가 들어가는 의원들이 많은데, 특이하게도 여성들에게 잘 쓰이지 않는 '벼슬 경(卿)'을 사용한다고 한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같은 이름의 주인공은 나경원 통합당 전 원내대표와 비례대표 전희경 의원과 송희경 의원이다. 이들 의원들은 나 전 원내대표가 대표로 있는 포도(포용과 도전) 모임에서 만나 서로간의 얘기를 나누다가 공통적인 이름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한 의원이 "저는 여성이름에 잘 쓰이지 않는 벼슬 경"이라고 하자, 나머지 두 사람도 놀란 채로 맞장구를 쳤다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 이름에 경자가 들어가면 '공경할 경(敬)'이나 '서울 경(京)자'를 쓰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실제로 정미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서울 경을 쓰고,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빛날 경(炅)을 쓴다. '벼슬 경'의 뜻에는 ▲장관 이상의 벼슬 ▲장로에 대한 존칭 ▲ 임금이 신하를 부르는 말 등이 있다. 과거 관점에서는 고관의 지위에 오른 남성을 주로 지칭한 단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여성으로 국회의원이라는 지위에 오른 이들의 특별한 공통점이 벼슬 경을 사용한다는 것은 흥미롭다. 범위를 확대해서 보면 20대 국회까지 5선 의원을 지냈던 이미경 전 민주당 의원이 벼슬 경을 쓴다. 아카데미 4관왕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의 시상식에서 인상적인 소감 발표를 했던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이 전 의원과 같은 자를 쓴다.
놀라운 사실은 21대 국회에서도 보수당에서 벼슬 경을 사용하는 여성 의원이 배출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1번인 윤주경 후보자가 그 주인공이다. 독립운동가 윤봉길 의사의 장손녀인 윤 후보자 역시 벼슬 경을 사용한다. 통합당으로선 20대(송희경)와 21대 모두 벼슬 경을 이름으로 쓰는 여성인사들이 비례대표 후보자의 첫머리를 장식한 것이 된다. 특히 윤 후보자는 1962년 개명했는데, 이름은 그대로인 채 경 자만 공경할 경(敬)에서 벼슬 경으로 바꿨다고 한다. 우연이라기엔 놀라운 우연인 셈이다.
[김명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