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현대캐피탈, 영토 확장…해외자산 50조 돌파
입력 2020-04-01 17:25 
현대캐피탈이 국외 자산 50조원을 돌파하며 글로벌 영토를 넓히고 있다. 꼼꼼한 현지 조사를 통한 현지화 전략이 현대캐피탈이 성장할 수 있었던 기반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국외 법인 금융자산이 50조8184억원을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2016년 44조6803억원과 비교하면 13.7% 성장한 규모다.
특히 현대캐피탈 국외 금융자산은 국내 금융자산 대비 1.7배 가까이 된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국내 자산은 29조6577억원이다.
이익도 증가 추세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국외 자산의 세전이익은 7663억원이다. 2016년(3130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1989년 처음 미국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은 현재 독일과 러시아, 중국, 영국, 인도,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 9개국에서 영업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성장엔 현지 맞춤형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캐피탈 중국법인이 선보인 '위치추적시스템(GPS) 상품'이 대표적인 예다. 현대캐피탈이 자동차에 GPS를 설치해 차량 상태를 관리해 줌으로써 담보 가치를 높여 차주의 대출 한도를 높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인 신용등급을 알기 어려운 중국에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상품을 고안해낸 것이다. 실제 지난해 GPS 상품 판매량은 전년보다 40% 증가했다.
법인들은 서로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예를 들어 2018년 한국에서 시작한 채널별 리스크 관리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차량을 판매하는 딜러를 판매량과 연체율에 따라 분류한 뒤 보상을 차별화한 프로그램이다. 이를 도입한 뒤 현대캐피탈 미국법인 인수율(판매되는 현대·기아차 중 현대캐피탈 이용 비중)이 2018년 46%에서 지난해 54%로 8%포인트 높아졌다.
현대캐피탈의 외국 진출은 또 제조업과 시너지 효과를 냈다. 금융으로 자동차 월 납부 금액을 줄여 고객이 차량 구매 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 영국법인은 '잔가보장형 상품' 등을 선보이며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초기 차량 할부금을 정할 때 차량의 미래 가격을 금융사가 보장해줘 월 납입금이 저렴한 상품이다.
정태영 부회장
실제 현대캐피탈의 현대·기아차 인수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3.8%였던 인수율은 지난해 45.1%로 높아졌다.
현대캐피탈은 2016년 비유럽 국가 금융사 중 처음으로 유럽중앙은행 허가를 받아 현대캐피탈뱅크유럽도 설립했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당시 국내 금융사가 유럽에 은행을 세우는 것을 무모하게 봤지만 현재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을 통해 유럽 전역에서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은 앞으로 국외 리스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과 산탄데르은행과 합작해 세운 유럽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은 최근 글로벌 렌터카업체 식스트의 자회사 식스트리싱 지분을 인수했다. 식스트리싱은 온라인 플랫폼과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모바일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다. 현대캐피탈은 식스트리싱 플랫폼을 기반으로 유럽에서 차량 임대 서비스를 하는 게 목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해 말 중국에서 북현조임유한공사도 세웠다. 중국은 배기가스 등 때문에 자동차 소유 허가를 받기 어려워 최근 손쉽게 자동차를 이용하는 리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새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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