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사법농단 연루' 전직 법관 "이수진과 연락했지만 하소연한 것"
입력 2020-04-01 15:34  | 수정 2020-04-08 16:05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꼽히는 전직 고위 법관이 2017년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이던 법관들의 학술모임과 관련해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하소연'하는 취지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수진 전 부장판사는 4·15 총선에 출마한 상태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부장판사를 영입하면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피해자이자 폭로자'라고 소개했습니다. 이를 두고 야권 일각에서 이 전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아니라 양승태 사법부의 '대리인' 역할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 논란은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에서 전직 고위 법관인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이수진 전 부장판사가 상고법원 추진을 도왔다"고 진술하면서 불거졌습니다.

이 전 부장판사와 이규진 전 상임위원이 당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가 총선 후보의 검증 이슈로 비화하면서 오늘(1일) 속행된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에는 법조계뿐 아니라 정치권의 관심도 쏠렸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양승태 사법부 체제의 법원행정처가 2017년 1월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학술대회를 저지하려 했다는 의혹에 관해 진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사모는 당시 법관 인사를 주제로 한 학술대회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대법원 수뇌부가 이를 우려하자 이 전 상임위원은 인사모 소속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던 이 전 부장판사에게 연락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전 상임위원을 통해 사법 정책에 비판적이던 인사모의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학술대회를 저지하려는 뜻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날 법정에서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에게 '이런 학술대회가 열리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상의한 적 있다"며 "이수진의 입장에서는 행정처 실장 회의 내용을 전달한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하소연을 겸해 연락한 것이지 어떻게 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원행정처는 인사모의 학술모임이 안 열리기를 바라고 있는데, 인사모에 속한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모임을 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는 어려웠고 어찌하면 좋을지를 하소연했다는 취지로 해석됩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우려를 전달하긴 했으나 이수진이 자신의 의견을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기억은 난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말을 듣고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들어갔던 만큼 이수진과 상의를 많이 했다"며 "학술대회에 대해서는 상의를 했다, 아니 하소연을 했다는 취지로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이수진 전 부장판사는 이 전 상임위원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눈 뒤 또 다른 '사법농단 폭로자'로 알려진 이탄희 전 판사에게 연락해 학술대회를 막고자 하는 법원행정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이 전 상임위원은 "저는 이수진이 이탄희에게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모른다"고 진술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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