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시민당)이 대북정책 강경노선 관련 공약을 밝히자, 또다른 범여권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열린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두 비례정당이 민주당 지지층을 향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민당이 기존 민주당 대북노선과 다소 다른 의견을 제시하자 곧바로 열린민주당이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31일 시민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당정책 공약'에서 통일외교분야와 관련해 현 정부의 노력에도 평화정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이웃국가로 인정하는 한편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북한의 위협에 총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통일정책이나 대북 정책과 다소 결이 다른 내용이다.
이에 열린민주당은 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김의겸 비례대표 후보 명의로 "문재인 정부의 '민족공동체 통일방안'과는 완전히 방향을 달리하는 것"이라며 "정부를 뒷받침하려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시민당은 자신들의 정책이 민주당 전통과 어긋나지 않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열린당 내부에선 총선 이후 함께 가야하기 때문에 시민당에 대한 비판은 자제하자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날 즉각 대응한 것은 '친문'을 비롯한 민주당 주요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열린당에선 시민당에 참여한 시대전환이 추구하는 대북 정책 방향과 비슷하다고 보면서 해당 공약도 이와 관련된 것인지 의심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원재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옛 안철수계 인사로 분류된다. 게다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측은 2014년 당시 민주당과 새정치연합간 합당 과정때 당 정강에서 6.15 남북공동선언 등을 삭제하자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여권 지지층에 반발을 산 바 있다. 당시 안 대표는 해당 주장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해 논란으로 끝났지만, 열린민주당 내에서 이 같은 과거 사례를 고려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10대 공약에 황당한 공약들도 내놓아 논란이 일었다. 데이터 배당을 실시하기 위해 주식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시가총액의 1%를 환수해 기금을 마련한다거나,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지 않은 전국민 월 60만원 기본소득을 내세웠다. 시민당은 정당연합과정에서 불거진 행정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이 역시 아마추어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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