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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7→1457→1754→?…코스피 `V자 반등` 할까
입력 2020-03-31 17:34  | 수정 2020-03-31 19:28
코스피가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된 후 최고 36%가량 떨어졌지만 저점을 찍은 지 2주가 채 안 된 31일 하락분의 3분의 1 이상을 다시 만회했다. 이 때문에 V자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지만, 아직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쏟아져나오고 있는 만큼 V자보다는 바닥을 다지는 기간이 긴 U자형 반등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 고점은 1월 22일의 2267.25였다.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이긴 했지만, 상황이 심각 국면에 들어서기 전이다. 이후 코스피는 약 한 달간 2100~2200선을 유지하며 코로나19에도 잘 버티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30명 선에서 유지됐던 코로나19 확진자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2월 중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 등 해외에서 코로나19 국면이 심각 단계로 접어든 것도 이 즈음이다. 2월 20일 2200선이 무너진 후 지수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추락했다. 2200선이 완전히 무너지기까지는 약 한 달이 걸렸지만, 이로부터 2000선 붕괴까지는 2주가 채 걸리지 않았다. 2000선이 붕괴된 3월 9일 지수는 그야말로 수직 하강해 저점인 1457.64까지 빠지는 데는 불과 열흘이 걸렸다. 올해 고점 대비 35.7% 하락까지 걸린 시간은 두 달도 되지 않았다.
지수는 무섭게 빠졌지만 저점이었던 1400대에서 1700대까지는 일단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 3월 19일 저점인 1457.64를 찍은 코스피는 이튿날인 3월 20일 1500대, 24일 1600대에 올라온 후 27일 이후에는 꾸준히 1700대 선을 지키고 있다. 지수가 하락하는 속도가 빨랐지만 회복도 비교적 가파르게 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위기 때마다 나왔던 'V자 반등'에 대한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가 이전에 전혀 없던 형태의 위기인 만큼 속단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바닥을 찍고 올라오는 속도가 빠른 V자보다 바닥권에서 어느 정도 머무르다가 완만하게 올라오는 U자형에 무게중심이 실리는 이유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기에 진정될 가능성이 미미하다는 점, 신용불안 확산 여지가 상존한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는 V자보다는 U자나 L자형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다만 주요국 중앙은행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L자형보다는 U자형에 비중을 둔다"고 전망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도 "V자 반등을 위해선 기업 펀더멘털이 훼손되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기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V자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라면서 "현재는 중앙은행의 공격적 행보로 심리적 안도감이 생겨 반등하는 수준이고, 실적 악화가 드러나면 재차 하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업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는 나오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산업 분석을 해보니 업종별로 수준 차이는 있지만 펀더멘털 후퇴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삼성전자만 해도 낙관론이 제기됐던 올 초 대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가 15% 가까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전에는 올해 코스피가 2300~2400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면, 올해 이 같은 상황 속에서 2000선 유지도 감지덕지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U자형 반등이라고 해도 내려가는 골이 얼마나 깊을지, 또 그 상태로 얼마나 오래 바닥권을 횡보할지도 관심사다.
[박인혜 기자 / 안갑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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