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는 20명 가량의 여성들이 모여 상의를 벗고 맨가슴을 드러냈다. 그들은 젖소들이 강제 착유 당하는 현실을 놓고 "발렌타인데이에 사랑을 고백할 때 건네는 달콤한 초콜릿 한 조각에 가려진 존재들의 비참한 삶에 대해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동물권 보장을 주장하는 일부 활동가들의 돌충 행동이 이어지면서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DxE(Direct Action Everywhere·어디서나 직접 행동)라는 동물권 보장 활동가 모임은 상의탈의뿐 아니라 도살장이나 고깃집 앞에서 '음식이 아니라 폭력' 등의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도 벌이고 있다.
지난달 상의탈의 퍼포먼스에 참여한 DxE 활동가 은영 씨(활동명)는 매일경제와 가진 통화에서 "우리는 40년 안에 동물 해방을 하겠다는 목표로 공감하는 이들이 활동하는 조직"이라면서 "과거 흑인 인권운동처럼 부당한 것에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활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활동에 대해 공연음란죄를 주장하며 고발하려는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영 씨는 "고발된다면 적극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활동가 중 일부는 실제 다른 사건으로 벌금을 선고 받았다. 염해수 수원지방법원 형사35단독판사는 지난달 김 모씨(24) 등 활동가 4명에게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용인시의 한 도계 공장 앞에서 자신들의 손을 콘크리트가 들어있는 가방으로 결박한 채 드러누워 몸으로 생닭을 실은 트럭 5대를 가로막는 등 차량 진행을 막고 '닭을 죽이면 안된다'는 구호를 외치는 등 이 회사의 생닭 운송 업무 등을 방해했다.
이들은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씨는 통화에서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동물에 대한 이야기를 법에 기록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활동들은 모두 기소유예 처리됐지만, 지난해 10월 시위로 처음으로 정식 재판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이들은 SNS 공지글을 통해 "굿즈 제작, 후원 모금, 영상 작업, 원고 작성, 카드뉴스 제작, 홍보 등 어떤 분야라도 환영한다"며 재판 준비를 같이 할 활동가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로즈법(Rose's Law)'이라고 부르는 동물권리장전 실현을 주장하고 있다. 동물에게 △고통과 착취로부터 구조될 권리 △보호받는 집, 서식지 또는 생태계를 가질 권리 △법정에서 그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법에 의해 보호받을 권리 △인간에 의해 착취, 학대, 살해당하지 않을 권리 △소유되지 않고 자유로워질 권리 등 5가지 권리가 있다는 취지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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