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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지키던 이상규, 이젠 ‘LG 마운드’를 지킨다
입력 2020-03-31 00:00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가 자체 청백전 경기를 가졌다. 이상규가 투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잠실) 안준철 기자
대통령을 지켰다는 자부심이 있다.”
LG트윈스 우완 투수 이상규(24)는 2020시즌 LG마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뉴페이스다. 2015년 청원고를 졸업하고 2차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전체 70번으로 LG에 입단했지만, 무명이나 마찬가지다.
1군 등판 기록도 지난해 8월23일 열린 NC다이노스전이 전부다. 당시 이상규는 3타자를 상대해 볼넷 1개, 사구 1개를 내주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웃카운트를 한 개 잡고, 실점없이 넘어가긴 했지만, 혹독한 1군 데뷔 신고식이었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서는 빠른 공이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150km의 강속구를 던졌다.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자체 청백전에서는 청팀 선발로 등판해, 선발로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3이닝 동안 안타 1개만 내주며 무실점을 기록했고, 최고 구속도 147km까지 나왔다.
이날 청백전 자체 중계를 해설한 차명석 LG 단장이 투구수 20~30개 넘어가면 힘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라고 했지만, 이날은 46개를 던졌다. 이날 등판 후 이상규는 사실 작년에 고쳤다고 생각했는데, 단장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셔서 주변에서도 ‘20개 던지면 넌 끝나잖아라는 말이 들려 자존심이 상했다. 그걸 의식하면서 던져서인지 더 세게 던진 것도 있다”고 말했다.
빠른 공을 던지게 되면서 이상규의 이력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 네 살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한 이상규는 태권도 공인 4단의 실력자다. 중학교 1학년때까지 선수로 활동하며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도 참가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태권도 선수를 꿈꾸던 이상규는 친구 따라 야구로 전환했다. 그렇게 튀는 선수는 아니었다. 이상규도 난 애매한 선수였다. 어깨는 좋지만 타자로서도, 투수로서도 아주 뛰어나지 않았다. 그래도 운 좋게 프로에 올 수 있었다”며 프로에 온 뒤에도 야수와 투수 중 어느 것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가 가진 건 강한 어깨 뿐이라 투수를 하고 싶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현역으로 마친 군생활도 독특하다. 현재 모집이 폐지된 경찰야구단이나 선수생활을 하면서 유일하게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 그는 의무경찰로 청와대에서 경호를 담당했다. 그래서인지 차명석 단장은 이상규는 권력의 정점에서 일하다 온 선수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상규도 이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었다. 그는 어디를 가던 ‘나 청와대 경호원이었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의무경찰은 편하게 보는 시선이 많은데, 저는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키면서 열심히 군생활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야구를 잠시 놓은 군생활은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확인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상규는 지친 몸을 쉴 수도 있지만, 간절하게 야구를 찾게 됐다. 어떻게 운동하는 게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 스스로 찾아서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군에 가기 전 자신을 돌아본 이상규는 이천 챔피언스파크 전광판에 140km가 찍힌 적이 별로 없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야구가 간절했던 청와대 근무 시절이 이상규의 스피드를 늘리는 기간이었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 트레이닝 센터를 찾아서 물었고, 동영상을 보면서 연구했다. 이상규는 몸을 최대한 많이 활용해야 된다고 깨달았다. 지금은 발가락까지 이용해서 던진다”고 말했다.
대통령을 지켰던 이상규는 이제 LG 마운드를 지키고자 한다. 불펜으로 또는 선발로도 이상규가 1군 전력으로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2020년 봄이다. 이상규는 불펜으로 시작해 선발투수가 지쳤을 때 선발로 들어가서 시즌을 선발투수로 마치는 그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서 이상규란 이름이 있다는 걸 팬들에게 알려드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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