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구난방` 지자체 재난기본소득 정책 혼란 가중
입력 2020-03-30 09:18 
대구 및 경북 일부 지역이 코로나19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난 1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이 한산한 모습. [사진출처 = 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뒷짐지는 사이 지원 방식이나 명칭이 제각각인 지자체들의 재난기본소득 정책이 중구난방 식으로 쏟아져 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에서는 보편적 지원이냐, 선별적 지원이냐를 두고 입장을 달리하면서 결국 봉합되기는 했지만 갈등도 벌어졌다.
29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소득과 직업에 관계 없이 전 주민에게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돈을 지급하는 지자체는 10여 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광역단체는 경기도가 유일하고, 기초단체는 부산 기장군·부산진구·동구·남구·수영구, 울산 울주군, 경기 여주·광명·이천·군포·안양·의왕시,양평군 등이다. 이들 지자체에 뒤질세라 다른 지자체들도 본격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이른바 보편적 지원을 하는 지자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경기도,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기 여주군과 양평군은 각각 1인당 10만원, 경기 이천시는 1인당 15만원, 부산 동구와 부산진구, 수영구, 경기 광명, 군포, 안양, 의왕시 등은 1인당 5만원을 지역화폐나 체크카드, 현금 등으로 지급한다.
경남 고성군과 강원도 정선군은 광역단체인 경남도와 강원도가 지원하는 대상에서 배제된 사람들에게 돈을 지급해 전 군민이 모두 혜택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보편적 지원을 해야 한다며 상위 광역단체가 선별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빠진 고소득자들에게만 지원금을 주기로 해 코로나19 피해 주민돕기라는 재난기본소득의 취지가 희석된다는 점이다.

고성군은 경남도 지원에서 배제된 중위소득 100%를 초과하는 소득 상위 군민에게만 차등적으로 가구당 30만~50만원을 지원한다. 정선군은 강원도 지원을 받는 도내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30만명에 포함되지 않는 군민에게만 1인당 20만원 상당의 지역상품권을 지급한다.
경기도 내에서는 기초단체 차원에서 보편적 재난기본소득을 지원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여주, 광명, 이천시 등에 사는 주민들은 경기도 지원금 10만원과 각 기초단체가 주는 지원금을 중복해서 받을 수 있다. 이 지역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경우 경기도와 기초단체가 주는 선별적 지원금도 별도로 받아 3중지원을 받는 셈이다. 경기도 지원금 10만원만 받는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선 불만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식을 두고 상·하급 지자체 간 엇박자로 갈등도 불거졌다. 최근 울산시는 전 시민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면서 울산지역 5개 기초단체 중 울주군만 배제했다. 울주군은 자체적으로 마스크를 주민들에게 배부해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울산시 설명이지만 역차별 논란이 거셌다. 일각에선 울주군이 울산시와 협의 없이 모든 군민에게 재난기본소득 명목으로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는 것에 대해 울산시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울산시는 울주군과 달리 선별 지원 입장을 고수해 중위소득 100% 이하 시민들에게만 1인당 10만원의 재난 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
경기도에서는 장덕천 부천시장이 경기도의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식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가 꼬리를 내렸다. 장 시장은 트위터에 "기본소득 지원 보다 피해산업을 집중지원해야 한다"며 "부천 인구 87만명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면 870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렇게 하는 것보다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2만여명에게 400만원씩 주는 게 낫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부천시를 제외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장 시장이 트위터로 "복지정책은 보편적으로 펼쳐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며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큰 의미가 있는 정책"이라고 공개사과하자 경기도에서 지급방침 유지로 선회하며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경기도 내에서는 여전히 지역간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식이 중복되는 것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형편이다.
재난기본소득을 둘러싼 혼란이 가중되자 '정부가 나서서 원칙을 세워 달라'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재난기본소득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추진 주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지방정부는 '맞춤형 지원', 재난기본소득과 같은 '보편적 지원'은 중앙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전국 기초단체장들은 코로나19 긴급재정지원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지난 21~23일 전문조사기관인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기초단체장 226명(177명이 응답)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 전원(100%)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67.2%는 긴급재정지원을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편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한 단체장은 29.9%에 그쳤다.
[서대현 기자 / 최승균 기자 / 이상헌 기자]

◆광역·기초 지자체 일괄 재난소득 지급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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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금액=중복지원 여부=취약층 지원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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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10만원=전도민 중복지원 =도내 중위소득 100% 이하(정부 긴급복지사업 제외) 10만 가구 50만원
경기 여주=10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광명=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이천=1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양평=10만원=전군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군포=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안양=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의왕=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과천=10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경기 화성=20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시 자체 소상공인 최대 200만원 지급은 3중지원 허용)
경기 의정부=5만원=전시민 중복지원=취약층 3중지원 허용 검토
부산 동구=5만원(소상공인 제외)=취약층 중복지원=부산시 작년 매출 3억원 이하 자영업자 100만원
부산 수영구=5만원=취약층 중복지원=수영구내 취약층 별도 지원 없고 부산시 지원 중복 허용
부산 남구=5만원=취약층 중복지원=남구내 취약층 별도 지원 없고 부산시 지원 중복 허용
부산 기장=10만원=취약층 중복지원=기장군내 취약층 별도 지원 없고 부산시 지원 중복 허용
부산 부산진구=5만원=취약층 중복지원=부산진구내 실직 청년 400명 1인당 50만원
울산 울주=10만원=취약층 중복지원=울산시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1인당 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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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단체 중 재난소득 일괄 지급은 경기도가 유일. 서울.대전.대구.광주.전남.충남.강원.경남 등 대다수 광역단체는 재난소득 선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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