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구청장 "유학생 모녀는 선의의 피해자" 발언에 누리꾼 공분
입력 2020-03-28 11:39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정순균 서울 강남구청장이, 코로나19 증상이 발현한 후에도 제주도를 여행한 강남 거주 미국 유학생 모녀를 두고 "선의의 피해자"라고 말한 데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누리꾼은 "정 구청장의 발언에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26일 "유학생 모녀가 유증상이었음에도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며 "방문 업소 폐쇄·방역 등 피해를 고려해 1억원대의 민사상 손해배상소송과 형사 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학조사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서 대학에 다니는 A(19)씨는 지난 15일 귀국해 20일부터 4박 5일간 제주도 여행을 했다.

미각과 후각 이상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나타나자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선별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다.
제주도를 함께 여행한 A씨 어머니 B씨도 지난 26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관련 사실이 전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외국을 다녀온 사람이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지키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자가격리를 어기고 제주도로 가 4박 5일 여행한 강남구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처벌해달라"는 게시글이 등록돼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26일 "제주도민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이들 때문에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A씨 모녀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소송 원고는 도 예산을 투자해 방역한 제주도와 영업장 폐쇄 피해 업소, A씨 모녀와 접촉해 자가격리 조치를 받은 제주도민 등이다.
모녀와 접촉해 자가격리된 도민은 지난 27일 기준 47명이다.
이들이 방문해 폐쇄된 장소도 20개에 달한다.
정 구청장은 이를 두고 기자회견에서 "A씨는 지난해 9월 미국 보스턴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강도 높은 일정 등 학교생활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 기분 전환을 위해 애초 21일부터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지만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지난 20일 제주도 여행길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 모녀는 지난 15일 입국해 20일부터 제주도 여행에 올랐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는 자가격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이 없지 않았나 판단한다"며 "실제 유럽 입국자에 대한 특별입국 절차가 진행된 게 지난 22일부터다. 강남구에서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나온 게 23일이며 재난문자를 통해 14일간 자가격리해 달라고 당부한 날은 24일"이라고 부연했다.
또 "이들 모녀가 스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으면 바람직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현재 비난이나 제주도의 손배소 제기 등은 이들 모녀가 겪은 상황에 대한 오해나 이해 부족에서 따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물론 제주도의 고충과 제주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외에서 입국한 이들에게 2주간 자가격리를 해달라고 정부가 강조한 것은 특별입국 절차를 진행한 지난 22일 이전부터다.
이 때문에 정 구청장의 발언은 오히려 누리꾼의 분노를 더 키운 촉매제가 됐다.
공분한 누리꾼들은 정 구청장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진짜 선의의 피해자는 제주도민이다", "정작 패닉 상태에 빠진 건 이기적인 강남 모녀 때문에 영업을 중단한 제주도 업소들이다" 등의 댓글을 게시했다.
또 "이 시국에 스트레스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구청장 발언에 더 화가 난다" 고 비난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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