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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장사 감사선임 대란 결국 현실화
입력 2020-03-27 16:27 
[사진 = 연합뉴스]

감사 선임 대란이 결국 현실화됐다. 올해 주총은 역대 최대 감사 선임 부결을 기록했다. 코스닥은 올해 감사를 선임해야 하는 회사 4곳 중 1개꼴로 감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3%룰로 인해 의결정족수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로 주총에 참여하지 않는 소액주주가 크게 늘자 정족수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
27일 코스피 상장사 대림비앤코는 정기주총에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고 공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의결정족수 확보를 위해 전자투표와 의결권대리행사 권유제도 등을 활용했으나,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이 부결됐다"며 "기존 감사가 새로운 감사 취임할 때까지 감사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감사나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한 상장사는 코스피 31곳, 코스닥 137곳으로 집계됐다. 12월 결산법인은 3월 주주총회에서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한다. 감사 선임 부결 168개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엔 코스피 28곳, 코스닥 125개사가 주총에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주총 참석이 저조한 코스닥은 상황이 심각하다. 감사 실패 선임 회사 137곳은 올해 주총에서 감사를 신규 선임해야 하는 코스닥 회사 544개사의 25.18% 규모다. OCI계열 이테크건설이나 SKC솔믹스 등 코스닥에 상장된 대기업들까지 감사 선임에 실패할 정도다. 이달말 주총시즌이 끝나면 감사 선임이 부결된 코스닥 상장사는 약 300여곳으로 예측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코스닥 소액주주는 대부분 의결권 행사가 아닌 보유기간이 짧은 단순투자 목적"이라며 "코스닥 상장사들은 전자투표제나 주총일자 분산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외면으로 의결정족수 확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감사 선임 대란 원인은 섀도보팅 폐지와 3% 룰 때문이다.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요건은 발행주식 총수 4분의1 이상 찬성과 출석주식수 과반수 찬성이다. 최소 발행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해야한다. 그런데 2017년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결의요건 충족이 엄격해졌다. 섀도보팅은 의사표시 없는 의결권에 대해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석주식수 찬·반 비율에 따라 중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회사에서 소액주주 지분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진 셈이다.
여기에 감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은 발행주식수의 최대 3%로 제한된다. 안건 통과를 위해선 발행주식수 3%까지만 인정되는 대주주 지분에다 소액 주주 지분으로 의결 정족수를 확보해야한다.
대주주가 의결정족수 최소 확보 요건이 25% 이상을 갖고 있어도, 그들 지분은 발행주식 3%까지만 인정돼기 때문에 다른 주주들의 적극적 참여가 없으면 의결정족수를 맞출 수 없다.
상장사협의회는 감사 선임 부결 사태 해결 방법으로 법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현행 상법상 상장회사 주주총회 결의요건을 발행주식이 아닌 출석주식수 기준으로 완화해야한다"며 "감사 등 선임 시 3% 초과 의결권 제한 규정 폐지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승환 기자 / 신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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