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7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간 합병을 위해 올 하반기 구체적인 방안을 주주들에게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서 회장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주주들 동의를 전제로 3개 회사간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장과 전화 연결을 통해 사안을 설명하면서 "올해 3~4분기에 합병에 따른 법률 및 세무적 쟁점을 마무리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주주들에게 제시하겠다"며 "내 의견은 내지 않을 것이고, 주주들 동의를 받아 합병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 의견이 많으면 반대 주주의 주식을 회사가 전부 매수해야 하는데 이는 한계가 있는 만큼 찬성하는 주주가 많아지도록 방안을 짜겠다"며 "합병안에 많은 주주들이 찬성 의사를 표시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3사간 합병을 통해 의약품 연구개발과 국내외 유통판매, 생산을 아우르는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복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중국 진출에 대해서는 현지 사정이 안정을 찾는대로 중국내 사업을 속개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 회장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진행이 늦어지겠지만 공장 설립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합작공장이 들어설 중국 우한은 코로나 사태로 재건 작업이 한창인 만큼 안정을 찾는대로 착공시기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이 우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장 설립 의지에 변함없다는데 대해 중국과 우한시가 고마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셀트리온은 당초 4월 우한에 최대 12만ℓ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었지만 우한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잠정 중단됐다. 12만ℓ는 중국내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중 최대 규모로 셀트리온은 이를 계기로 오는 2030년까지 중국내 16개 의약품 개발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국내 생산규모 증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송도에 10만ℓ급 1공장과 9만ℓ급 2공장을 두고 있는데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송도에 추가로 3공장을 지을 예정"이라며 "현재 인천시와 설립 부지 확보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회장은 주주들에게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 공항과 도로 등이 막혀 의약품을 해외 배송하기가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빼고는 전세계 각지에 영업사원을 철수시키지 않고서 의약품 배송방법을 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도로와 공항이 막히면 유럽과 미국에서 경비행기라도 구입해 좌석을 뜯어내고 의약품을 싣고 우리가 직접 배송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된지 3주차가 된 환자 혈액을 받아 다음주부터 바이러스에 대한 무력화 여부를 판단하는 중화능실험에 들어간다"며 "선별된 항체들을 모아 각종 테스트를 거쳐 오는 7월 둘째주부터 인체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개발중인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 감염이 안된 건강한 사람에게는 백신이 될 수 있고, 확진 환자에게는 치료제로 쓰일 것"이라며 "최단 시간내에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따른 회사 수익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염병을 치료하는 공익적 가치를 감안해야 한다"며 "치료제로 얼마나 이익을 내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길리어드가 적응증 확대를 위해 임상중인 기존 에볼라치료제 '렘데시비르'와 경쟁관계에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코로나 중증 환자는 기존 항바이러스제를 쓰면서 우리 제품을 사용하게 될 것"이라며 "치료제간 경쟁이나 충돌이 아니라 시너지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연말 은퇴 계획에 대해서는 "내가 물러나면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맡기고 내 아들은 이사회 의장을 맡아 주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라며 "나는 중요 사안에 대해 조언 정도 해주는 역할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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