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7개월 된 딸을 5일간 집에 혼자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부부가 2심에서 일부 감형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3부(구회근 이준영 최성보 부장판사)는 오늘(26일)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부의 항소심에서 남편 22살 A 씨에게 징역 10년을, 아내 19살 B 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이 A 씨와 B 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장기 징역 15년∼단기 징역 7년을 선고한 것에 비하면 감형된 것입니다.
재판부는 "B 씨가 2심에 이르러 성인이 됐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징역 7년을 넘을 수 없다"고 B 씨의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1심 선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B 씨가 2심으로 넘어오면서 성인이 됐고, 성인에게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소년법상의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검찰이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점도 고려했습니다. 피고인만 1심 판결에 불복한 경우 1심보다 무거운 형을 내릴 수 없는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 것입니다.
남편 A 씨는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지만 범행 수법이 잔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이유로 형량이 낮아졌습니다.
재판부는 "A 씨의 경우 범행이 미필적 고의에 따른 것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심은 범행이 양형 기준상 잔혹한 범행 수법에 해당한다고 봤지만, 미필적 고의는 잔혹한 수법으로 보기 어려워 1심 형량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부부는 작년 5월 26일부터 같은 달 31일까지 5일간 인천시 부평구 아파트에 생후 7개월인 딸 C 양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숨진 딸을 야산에 매장할 의도로 집에 방치한 채 주변에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사체유기죄도 함께 적용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은 C 양에 대한 육아를 서로 떠밀며 각자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는 등 외면하다가 아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C 양의 장례식에도 "전날 과음을 했다"는 이유로 늦잠을 자 참석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샀습니다.
검찰은 이날 판결에 대해 "B 씨가 항소심에서 성년이 됐다는 점을 이유로 재판부가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을 일률적으로 적용한 뒤 1심에서 내렸던 단기형 이하의 형량을 선고한 것은 적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