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각국으로 번져나가면서 입국금지를 호령하던 미국이 이제는 발병 두달만에 바이러스 진원지라는 오명을 쓸 상황에 부닥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다며 새로운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24시간 동인 신규 환자의 85%가 유럽과 미국에서 발생했고, 그 중 40%가 미국이라는 게 이유였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코로나19 실시간 현황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미국의 환자는 5만2000명으로 중국(8만1000명), 이란(6만9000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특히 지난 19일 1만명을 넘긴 뒤 이틀 후인 21일 2만명을 돌파했고 이후 22일 3만명, 23일 4만명, 24일 5만명을 넘는 식으로 하루에 1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란은 물론 중국까지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사태 발언하는 트럼프 [EPA = 연합뉴스]
미국에서 첫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한 것은 중국 우한으로 여행을 다녀온 워싱턴주 인근 주민이 양성 판정을 받은 지난 1월 21일이었다.이때만 해도 미국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1월 29일 우한에서 전세기를 띄운 뒤 자국민을 미국으로 실어 날랐고, 31일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내외 많은 논란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2주간 중국에 머문 외국 국적자는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등 코로나 유입 차단을 위한 초강수를 뒀다.
이런 영향인지 미국은 이 무렵만 해도 환자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 안전지대에 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미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이제는 '제2의 진원지'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안이한 인식을 지적한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초기 과검한 조처와 달리 이후 "독감보다 못하다" "미국인의 위험은 매우 낮다" 등 코로나19 위험성을 경시했다.
정보당국이 1월부터 우려를 전달했지만, 대통령이 귀담아 듣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다보니 공중 보건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고 그 사이에 미국인들 사이에서 코로나19는 소리 없이 확산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에 쇼핑객 붐비는 미국 슈퍼마켓 [AFP = 연합뉴스]
현재 미국은 진단키트·마스크 부족 등으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극도로 느린 검사는 코로나19 발병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방해하고 바이러스가 이미 얼마나 멀리 퍼졌는지 알 수 없도록 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뉴스국 이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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