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시민당 비례후보 순번 논란…4시간만에 급구한 후보가 `1번`
입력 2020-03-24 14:55 

여당의 총선용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23일 심야에 확정한 35명의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다.
비례 1번에 배치된 신현영 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의 경우 4시간짜리 추가공모를 급구한 인물이다. '코로나용 급조 후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필모 전 KBS 부사장 역시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당초 명단에서 빠졌지만, 재심을 거쳐 당선권인 8번을 차지했다. 소수정당 후보 역시 1~2번이 아닌 뒷순위로 밀려 당초 비례연합정당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당선안정권인 17번 이후로도 모두 더불어민주당 출신 후보가 배치돼 만에하나 총선 성적표가 예상보다 좋을 경우 추가 후보도 민주당 출신이 독식하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신현영 전 대한의협 대변인은 명지병원 코로나19 역학조사팀장을 맡고, 대한가정의학회 코로나대응TF에도 참여하는 등 코로나19 대응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신 후보는 당초 시민당 비례대표후보 공모엔 참여하지 않았다. 시민당은 공공의료부문을 제한경쟁분야로 정하고 22일까지 후보를 공모했지만, 적합한 후보를 찾지 못하자 발표를 미뤘다. 이후 23일 오전 8시부터 정오까지 4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공공의료부문에 대해서만 추가공모에 나섰다. 그 결과로 선정된 후보가 바로 신 후보였다. 정치권에서 '보여주기를 위한 급조 후보'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언론개혁을 테마로 당선권인 8번에 배치된 정필모 전 KBS 부사장은 처음 발표한 34명의 명단에선 제외됐지만 재심을 통해 부활했다. 당초 언론개혁과 관련해 정 전 부사장을 비롯해 이창현 전 KBS 이사 등 다양한 후보가 응모했지만, 시민당 공관위는 이 전 KBS 이사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해 단수선발했다. 그러나 정 전 부사장이 재심을 신청했고 공관위가 이를 인용했다. 정 전 부사장은 부당한 겸직과 외부 강의등으로 KBS 사규를 위반해 이사회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시민당 관계자도 정 전 부사장이 처음에 선발되지 않았다가 재심을 거치는 과정에서 "징계 문제도 고려대상 중에 하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관위원들이 정 전 부사장의 소명과 객관적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공관위가 이 전 이사를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최고위는 전 부사장을 당선권, 이 전 이사를 30번 이후인 승계예비자에 배치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정책 분야로 김경만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2번), 여성인권정책 분야로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3번), 소상공인 분야에 이동주 한국소상공인자영업자총연합회 부회장(4번) 등이 당선권에 배치됐다.
소수정당 몫으론 참여했던 4개 정당 중 2개 정당의 후보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2개 정당의 후보만이 당선권에 올랐다. 그러나 이마저도 1, 2번이 아닌 5번과 6번에 배치됐다. 5번엔 용혜인 전 기본소득당 대표, 6번엔 조정훈 전 시대전환 공동대표가 선정됐다. 이를 두고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내세웠던 비례연합정당이란 취지는 온데 간데 없어졌다. 정당간 연합을 강조했다면 적어도 소수정당이 최상위 순번에 배치됐어야한다"며 "코로나 대응을 위한 후보가 1위에 배치된 것은 이번 총선을 코로나 총선으로 만들려는 민주당의 전략과 일맥상통한다. 하청정당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민주당 출신 후보들은 11번부터 30번까지 배치돼 당선안정권인 17번 이후부터도 모두 민주당 출신 후보들로 채워졌다. 당초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로 얻어갈 7석만큼을 당선안정권에 후순위로 배치하겠다는 약속은 지켰지만 총선 결과 예상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할 경우 이는 모두 민주당 몫으로 돌아가게된 것이다.
[이석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