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빅데이터로 본 욜드 트렌드
입력 2020-03-23 16:30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5년전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맞이한 이민주씨(67)는 아직도 오전 8시면 매일 같이 학교에 나간다. 집근처 한 초등학교에서 '배움터 지킴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움터 지킴이는 아이들의 안전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는 역할이다.
이씨는 학교 앞 경비실로 출근하고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은 경비 업무 이상이다. 학생들의 안전 보호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님들에게 교과과정 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교사들도 그를 든든히 의지하고 있다. 학교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다 교사들에게 귀감이 되기 때문이다.
유튜브로 틈나는대로 이탈리아어를 배워둔 그는 올 여름방학때는 그리스·로마 역사 탐방을 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당분간 어렵게 됐다며 아쉬워했다. 해외여행 대신 올 가을쯤에는 한반도 자전거종주를 떠나겠다며 벌써부터 체력단련에 들어갔다.
학력수준이나 경제력이 높아진 은퇴자들이 쏟아지면서 세상이 확 바뀌고 있다. 그들은 건강도 건강이지만 요즘엔 멋져 보이기 위해 운동하고, 염색보다는 화장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지난 1월부터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타파크로스와 함께 욜드세대의 트렌드를 직접 분석한 결과 빅데이터로 본 욜드 세대는 기존 고령층과는 많이 달랐다.
노년층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그들을 칭하는 용어에서부터 드러났다. 3년간의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액티브 시니어'에 대한 긍정적 반응은 97%에 달했다. '고령층'(72%), '노인'(75%), '어르신'(85%) 등과 비교하면 자신을 '늙음'의 의미를 가진 단어로 칭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젊게 나이들기를 바라는 욜드들이 늘면서 2016년 이후 시니어와 관련된 담론도 지속적으로 늘었다.
'시니어'에 대한 담론도 지속해서 변화해왔다. 2016년 욜드 사이에서는 은퇴 후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후 건강과 취미,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2019년에는 모델, 패션 등으로까지 확장됐다. 본인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겠다는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같은 인식 변화는 욜드의 관심 변화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이 운동이다. 이제 고령자들은 건강만을 목적으로 운동하지 않는다. 타파크로스가 운동에 관한 시니어들의 관점을 분석한 결과 2016년에는 건강 유지와 감정적 단련을 위한 목적이 주를 이뤘다. 2019년에는 다른 사람들과 즐기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개성을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을 꼽는 의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건강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외모를 가꾸기 위한 수단으로 운동을 꼽은 것이다. 욜드는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고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늘 긴장하는 젊은 세대입니다.
욜드의 근육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욜드세대의 근육에 대한 언급량은 2016년 518건에서 2019년 1168건으로 3년새 2배 이상 늘어났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청년세대가 고작 일주일에 하루 운동하지만, 욜드는 많게는 일주일에 7일이나 강도 높은 운동으로 근력을 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욜드 세대들이 자기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외모 관리에 나서면서 스스로 아름답게 꾸미는 것에 관심을 갖는 욜드도 늘고 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2019년 한 해 동안 외모 관련 검색어에서 메이크업이 3위로 2016년(7위)보다 높게 나타났다. 향수, 피부관리 등도 새로운 검색어로 등장했다. 욜드가 염색으로 백발을 감추려고만 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난 것이다.
은퇴 후 회사나 사회생활에서 멀어진 욜드가 친구와 가족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타파크로스의 소셜데이터 담론 분석에 따르면 욜드의 가족과 친구에 대한 담론 비중은 2016년 93%에서 2019년 74%로 줄었다. 반면 반려동물에 관한 담론은 7%에서 21%로 증가했으며 연인 관련 담론도 새롭게 등장했다. 욜드들이 반려동물을 가족과 친구에 버금가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된다.
여행을 즐기는 욜드들이 늘고 있지만 더 이상 깃발을 따라다니는 효도관광을 욜드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타파크로스 분석 결과 욜드는 자유여행을 즐기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업무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영어를 배우는 중장년층이 많았지만 이제는 여생을 즐기기 위한 새로운 도전으로 외국어를 배우는 욜드가 늘고 있다.
이두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고려대 시니어 트렌드와 마케팅 연구그룹장)는 "욜드는 '인생 두 번 살기'를 실천하는 신청년"이라고 정의했다. 이 교수는 "이제 노년기는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제2의 인생이 탄생하는 시기"라며 "100세 시대를 맞아 단순히 나이로 따지는 장수의 개념은 더 이상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나 열정적이고 스스로를 위한 인생을 누리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욜드가 사회에 활력을 주는 미래 산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욜드세대 트렌드 분석기법
매일경제와 타파크로스는 이번 욜드세대 트렌드 조사를 위해 빅데이터 분석법을 활용했다. 이번에 사용된 데이터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소셜 빅데이터와 정형 빅데이터 3028만건이다. 네이버, 다음, 페이스북, 트위터 등 게시글과 댓글에서 나타난 약 28만건의 소셜빅데이터와 KDX한국데이터거래소, GS리테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3000만건의 정형 빅데이터를 사용해 욜드 세대에서 인식하는 최신 트렌드를 분석했다. 김수연 타파크로스 이사는 "소셜 빅데이터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는 불확실성이 크고 모호하며 변동성이 빠른 상황에서 의사결정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미세한 추세도 추출할 수 있으며 그것이 큰 생명력으로 이어지면 트렌드로 발전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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